시사정보 큐레이션/ICT·녹색·BT·NT外

[현금 종말시대] 금융은 ‘컴퓨팅’…돈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상이 온다

배셰태 2016. 1. 5. 06:35

‘현금’ 종말시대가 온다

넥스트이코노미 2015.12.29(월) 김지성 기자

http://m.next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16

 

 

“다음 세대 아이들은 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아일랜드의 한 대학교에서 ‘현금의 종말’ 을 예언했다. 핀테크의 발달로 현금을 이용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민국에서도 현금 사용 비중은 눈에 띄게 줄었다. 상당부분의 결제가 신용·체크카드로, 금융 업무는 인터넷뱅킹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낼 필요가 없는 환경이다.

 

현금이 사라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짚어봤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의 의미를 다르게 보는 한편 비트코인·원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성장기대, 또 대안화폐의 출현을 살펴봤다.

 

 

 <중략>

 

2000년대 들어 카드사용이 활발해졌다. 화폐는 주요결제 수단에서 비켜서게 됐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수단까지 등장했다. 현금 사용은 더 줄었다.

 

<중략>

 

“다음 세대 아이들은 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라는 팀 쿡의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는 ‘현금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미래의 아이들은 ‘돈’을 박물관에서나 보게 된다.

 

현금이 필요 없어진 세상에 핀테크(금융+기술)가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카드마저 사라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멀지 않았다. 사라지는 현금, 즉 화폐는 무엇이었을까. 떠나보내기 전에 우리가 ‘돈’이라고 알고 있는 종이지폐를 다시 떠올려 보자.

 

현금 = 화폐, 그래서 돈은 무엇인가

 

 

“300년 돈의 역사는 현대금융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사이 돈은 금이나 은의 형태에서 동전, 지폐, 수표 등의 실제로 만질 수 있는 형태에서 컴퓨터 화면상의 단순한 숫자로 변했다.” 대안화폐 전문가 토머스H 그레코 주니어의 진단이다. 또 철학자 고병권은 ‘화폐, 마법의 사중주’라는 책에서 “근대국가에는 국민통화 창조의 동기들이 존재한다. 우선 전국적 수준에서의 단일 통화 발행은 막대한 발행차익을 제공한다. 중앙은행에서의 대부를 조세와 잘 연계하면 발행 차익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단일통화를 사용하면 조세과정도 편해지고 비용도 절감될 것”이라고 화폐의 사회적 의미를 밝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욕망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졌다. 화폐가 없이는 어떤 욕망이나 능력도 비현실적이 된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우선 화폐부터 가져야 한다.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발표한 희곡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주인공 타이먼은 돈의 위력을 이렇게 말했다. “돈은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늙은 것을 젊게 만들고, 심지어 문둥병조차도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하며, 늙은 과부에게도 젊은 청혼자들이 오게 만든다.”

 

아테네의 부유한 귀족이었던 타이먼은 주변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돈을 준다. 그러나 그가 파산하자 ‘친구’라고 믿었던 모든 이들이 등을 돌린다. 타이먼은 사람들을 피해 산속 깊이 들어가 나무뿌리를 캐먹으며 연명하다가 우연히 황금을 발견한 후 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돈에 대한 회한이 서려있다.

 

아테네 시절의 금화나 현대 사회의 돈인 지폐는 그 자체가 가치를 가진 게 아니다. 이들은 단지 정보를 담고 있는 매체에 불과하다. 고병권은 “내가 볼 수 있고, 내가 만질 수 있는 이 작은 종이조각이 화폐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화폐일까”라고 묻고,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화폐에 대한 우리의 오해는 대부분 이런 자명성에서 나온다”며 “어떤 사물을 화폐라며 곧장 꺼내놓을 수 있다는 그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정작 화폐적인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발명한 것은 화폐라는 이름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묶어 내는 기술이었다. 화폐의 본질은 신뢰다.

 

화폐의 ‘일반적 수용성’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 화폐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내가 건넨 1만원을 상대가 1만원으로 믿지 않으면 화폐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임혁진은 ‘화폐혁명’이라는 소설에서 “신용화폐 체계는 사실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단정한다. “단순히 종이 쪼가리에 숫자를 기재해 다른 사람들이 피땀 흘려 만들어 낸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는 “현행 신용화폐 체계 하에서 저성장이 장기화될 경우 가계나 기업의 소득은 정체될 것이고, 채무상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어 금융위기의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화폐는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다. 다른 발명품들처럼 화폐도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진화해 왔다. 그래서 임혁진은 “이제는 새로운 화폐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이나 원코인으로 나타나는 가상화폐와 레츠와 같은 대안화폐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나왔다.

 

전환되는 패러다임…금융은 ‘컴퓨팅’

 

이균성 지디넷 편집장은 “금융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IT를 이해하지 않고는 금융을 하면 안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금융은 컴퓨팅이다”라고 단언한다.

 

금융의 거의 전부인 ‘돈의 쓰임’은 이미 IT로 자리를 이동했다. 통계가 입증한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전자결제나 교통카드 등 전자지급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이 2500억원을 넘어섰다.

 

<중략>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은 자연스런 진행이다. 지난해 11월말 금융당국은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은행과 KT주도의 케이뱅크를 국내 첫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선정 직후 브리핑에서 카카오은행은 카카오톡 계정만 갖고 있으면 송금은 물론 예금과 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예금 이자로 연금 이외에 ‘포인트 이자(인터넷서점 예스24 상품권, 카카오택시 포인트, 온라인 게임 아이템 등)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간단한 금융 상담 서비스를 24시간 내내 제공하는 금융봇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GS리테일의 편의점, 우리은행의 ATM, KT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대출까지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카카오은행의 금융봇과 비슷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들의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도 짜줄 계획이다. 금융과 IT의 만남이 세상에 제 모습을 뚜렷이 드러나기 직전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 손에 쥐어지는 현금, 화폐가 없어지면 모든 돈거래는 인터넷상에서 진행된다”며 “자유라는 권리나 효용 뒤에 의무가 따르듯 편이성이라는 효용 뒤에 감시라는 비용이 따른다”고 말한다. 그는 “현금의 종말은 본격적인 빅브라더 시대를 의미한다. 빅브라더의 핵심은 물론 IT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가상화폐 & 대안화폐’

 

 

곽 연구원은 이어 “화폐의 빈자리가 주는 허전함을 금으로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비트코인과 같은 전자화폐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BTC)은 인터넷에서 계좌를 만들고 암호코드를 컴퓨터로 풀면 발행되는 가상화폐다. 중앙은행과 같은 발행기관이 없는 대신 개인들 간의 약속에 의해 유통된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주소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키 암호 방식으로 수수료 없이 이체된다. ‘bitcoin.org’에서 비트코인 지갑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면 생성된다.

 

비트코인의 발행은 수학적 암호를 풀면 25비트코인이 이체되는 이른바 ‘채굴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암호가 풀리고 비트코인이 일련의 숫자로 발행될 때마다 암호의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통화량 증가 속도가 점차 느려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중요한 설계상 특징은 총량이 2100만 비트코인까지로 발행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발행물량이 제한된다는 점은 투자 가치로서의 비트코인을 부각 시켰다.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는 이유다.

 

실상 비트코인의 가치는 투자수단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거래의 편의성 보다는 투자수단으로 애용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치로 주목받는 또 다른 가상화폐로 원코인이 있다. 원코인의 차별점은 발행하는 코인의 가치를 창고에 보관한 금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금본위제로 출발한 현재의 화폐처럼, 금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인 셈이다.

 

그래서 원코인은 암호·디지털 화폐인 코인을 금본위로 발행하는 전산의 기능과 주식 액면분할 기능을 융합시켜 가치를 높인다. 원코인 측은 “코인가치는 최종 화폐인 금으로 백업하는 시점에 왔다”고 주장한다.

 

원코인은 유통 방식도 비트코인과 다르다. 우선 회원이 돼야한다. 회원참여는 암호화폐에 대한 인터넷 교육시스템을 구매하고, 참여직급에 따른 골드코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참여금 입금은 신용카드와 은행간 송금으로 가능하다. 수익금 출금은 전자자갑의 돈을 마스터 데빗카드와 유니온 페이로 이체해 사용한다. ‘암호화폐의 새로운 전환점과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것이 원코인 측의 설명이다.

 

실물 화폐와 유사한 대안으로 떠오른 ‘대안화폐’는 통상 지역주민들이 상호 신뢰 하에 서로 원하는 서비스를 교환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기존 시장제도의 핵심인 돈의 유통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안 경제 방식으로 해소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중략>

 

이와 관련해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의 저자 아니트라 넬슨은 “기존의 화폐는 모든 가치의 척도로, 효용성이 극대화되는 이익을 최상의 목표로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경제에 영혼이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오직 경제 성장만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라며 “기존 협소한 화폐 시장에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고 새로운 자본을 형성함으로써 다원적인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