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먹여 살릴 천재의 등장조건
매일경제 2015.10.30(금) 김혜원 홍콩 동아세아문화연구소장
제한된 양의 천연자원을 공유해야만 하는 인류에게 인구 증가는 득이 아닌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그런데 이와는 상반된 주장이 80년대에 제기되었다.
세계 인구는 그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기아나 질병 문제가 크게 해결되었고, 생활 수준 또한 나아졌다. 이런 사실을 근거로 미국의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 교수는 인구 증가는 잠재적 위협이 아니며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논리를 조금 비약하자면, 인구가 늘어날수록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적자원도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이다. 거의 한계에 다다른 인류의 환경문제를 감안하면 그의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해야겠지만, 우리가 직면한 크고 작은 문제는 결국 우리 중 누군가가 해결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는 경청할 만한 점이 있다.
오래전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총수가 "한 사람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살린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개인의 창의력보다는 회사의 조직력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한국의 기업 풍토이기 때문에 그의 인재관은 당시 화제가 되었다. 그의 말을 뒤집어보면, 요즘의 심각한 취업난은 우리 사회가 충분한 숫자의 천재 혹은 혁신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도 국내 기업 중 혁신적이라고 불릴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의 뼈아픈 현실이다.
요즘 들어 기업 현장에서 창의적 인재에 대한 요구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이제는 남들 따라 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새로운 뭔가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잘 안되면 왜 그런지 그 원인과 이유를 다각도로 충분히 고민 해 봐야만 한다. 따라서 주입식 암기를 요구하는 현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에서 창의적 인재가 육성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요즘은 고용불안을 이유로 누구 할 것 없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소위 안정된 직장으로 몰리고 있고, 이는 다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결과가 바로 작금의 혁신기업의 부재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한쪽으로만 쏠려 심화된 경쟁이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14세기 유럽의 르네상스를 이끈 피렌체나 18세기 산업혁명을 일구어낸 영국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천재 혹은 창의적 인재가 출현할 확률은 단순히 인구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문화나 제도 등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즉, 재능은 타고나지만 그것이 '발현될 수 있느냐' 여부는 그 나라의 사회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가능한 한 많은 구성원들이 창의력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는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사이먼 교수의 낙관적 예측을 실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고, 또한 현재 우리 사회의 최대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쓸 만한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존전략은 인적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따라서 한창때의 젊은이들이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기출문제집과 씨름하느라 그들의 열정을 몇 년씩이나 허비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야 어쩔 수 없이 그렇다 하더라도, 창의적 인재를 중요시한다는 기업들조차도 여전히 성의 없어 보이는 공채를 선호하고, 필기시험 점수나 출신 학교 등 스펙으로 신입사원 대부분을 선발하고 있다.
기술적 어려움 탓에 기존의 채용 방식을 크게 바꾸기 어렵다고 변명하는데, 그렇다면 구글이나 애플 등 세계적 혁신기업들은 어떻게 그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그들이 원하는 인재를 가려내고 있는지 그 비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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