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성장 50년, 물질주의자들의 각자도생 사회 남겨”
한국일보 2015.10.29(목) 김혜영기자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469&aid=0000101476
http://www.hankookilbo.com/v/ab2a9e33e0c8403794e7a9a3edaea93e
[인터뷰]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소장 장덕진 교수
창립50년 맞아 '압축성장의 고고학' 펴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장덕진 교수는 “극소수만이 목표 달성에 성공할 수 있는 이 각자도생 사회에 유일한 변수는 정치”라면서도 “지금처럼 대통령과 행정부, 여당이 한 편이 돼 무슨 일을 벌여도 의회가 막지 못하는 상황에선 갈 길이 멀다”고 우려했다.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그것도 동시에 이룬 나라. 팍팍한 삶으로 자긍심이 바닥날 때마다 누군가 수시로 꺼내 상기시켰던 대한민국의 슬로건이 근래 영 신통치 않다. 신조어 ‘헬조선(Hell朝鮮)’이 더 절묘한 쓰임새로 문장 곳곳을 파고들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국적불명의 단어는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취업난, 전세난, 흉악범죄, 취약한 복지, 입시전쟁, 불평등한 경쟁체제 등 숱한 한국사회의 병폐들을 꽤 간편하고 적확히 겨냥한다. 모두 온 국토가 ‘잘 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압축성장의 신화에 취해 있는 사이 차곡차곡 뿌리 내린 현상들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압축성장의 고고학’(한울아카데미)은 압축성장의 그늘에서 전개된 이런 복잡한 삶의 변화상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연구서다. 1965년 인구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설립된 연구소가 지난 50년간 축적한 방대한 사회조사 자료가 토대가 됐다. 주제는 인구, 출산, 교육, 노동, 정보화 등 8가지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난 연구소장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격한 양적 성장 신화의 이면에서 개인들은 갈수록 삶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변화를 겪어 왔다”며 “모든 후기산업사회가 직면하는 이 각자도생의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년치 사회조사 자료를 분석한 소회가 남다를 텐데.
<중략>
-책 제목이 흥미롭다.
<중략>
-의외의 결과들이 많다. 1965년 기혼 여성 중 태아 사망 무경험자는 80.4%에 달하지만, 2005년에는 48.7%로 감소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증가했는데도 인공유산은 되레 늘었다는 점은 저출산 대책의 다변화를 촉구한다. 인구 재생산 수준이 합계출산율 2.1명인데, 우리 출산율은 1.2명 수준이다. 그 와중에 0.4명이 인공유산으로 사라진다. 이 인공유산이 왜 일어나는지, 또 전통적 가족 규범 밖의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대접하고 길러낼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결혼과 출산에 있어 여성의 선택의 작용이 커졌다는 점이다.”
-여당이 최근 내놓은 저출산 대책은 학제개편안인데.
“현재 한국은 자살률, 노인빈곤율 등 온갖 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지만 여성 노동참여율도 50% 수준이다. 이는 현재 상태가 한심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아직 경제활동을 안 하는 50%의 잠재 여성인구와 성장의 계기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출산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들이 노동시장을 들락날락할 수밖에 없고 여성 일자리가 비정규직화, 저임금화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복지 정책만 거론되면 포퓰리즘 논란으로 비화되니 문제다.”
-고령화 대책 마련이 한참 늦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책의 현장반응성이 항상 100%가 될 순 없지만, 지나치게 인구 정책이 중앙집권적, 서울중심적 혹은 평균값 중심 정책에 매달렸다. 60년대에 전남 경남 경북, 70년대 강원 충청, 80년대 일부를 제외한 전국에서 고령화가 시작됐는데 정부가 90년대 중반까지도 매우 적극적인 출산 억제책을 폈다.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적잖은 연구자들이 50년간 가장 뚜렷한 변화로 이중화, 양극화 양상을 꼽았다.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이중화 또는 양극화, 고령화, 현행 민주주의의 문제를 10년 내에 풀어야 한다. 세가지가 서로의 발목도 잡는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내부자와 외부자로 나뉜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대표적이다. 모든 후기자본주의 국가가 이중화를 겪지만 이렇게 정치가 이중화를 방치하거나 심화시키는 나라는 드물다. 대부분 청년이 외부자로 내몰린 상황은 고령화와 맞물려 세대전쟁을 유발시킬 것이다. 현재 경제활동인구 100명이 45명을 부양하지만, 지표상 30년 내 90~95명으로 치솟는 추세다. 현 20대가 내부노동시장(정규직시장)에 진입하지도 못했는데 소득 정점인 50대가 됐을 때 소득의 절반을 떼어 노인을 부양할 용의가 있겠나. 이 변화를 시민들이 체감하고 패닉에 빠지기 전에 정부가 뭔가 하려면 시간이 7,8년도 안 남았다.”
-현 정치체제에서 가능할까.
<중략>
-다른 저서에서 한국형 복지제도를 논할 별도 공론장을 제안했는데.
<중략>
-개인화 성향이 뚜렷해 해결이 점차 어렵지 않겠나.
“개인화의 추세를 되돌리긴 어렵다. 문제는 개인화의 과정이 각자도생의 사회로 간다는 것인데 여기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렇다면 공동체 차원의 해결, 정치의 개입이 필요하다. 누구로 하여금 개입 또는 불개입하게 할 것인지 시급하게 성찰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회의원 300명도 꼴 보기 싫은데 저걸 늘려?’하는 정서로는 어렵지 않겠나.”
-연대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2010~2012년 선거에서 SNS를 매개로 한 네트워크화된 개인의 등장이 적어도 그 단초는 보여줬다. 한편으로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경제성장보다 언론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 비율이 15%로 통상 수준인 45~48%에 턱없이 못 미친다. 즉 압도적인 물질주의국가고 황금만능주의국가라는 의미다. 현재 20~30대에 집중된 탈물질주의자들이 크게 줄지만 않는다면 싹은 있다고 본다.”
-연구소의 향후 연구 계획은.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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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성장의 고고학
- 사회조사로 본 한국 사회의 변화, 1965~2015
장덕진 외 4명 지음 | 한울아카데미 펴냄 | 2015.10.15 출간
http://blog.daum.net/bstaebst/16294
[책소개]
『압축성장의 고고학』은 1960년대부터 수행된 사회조사 자료를 정리하고 이를 통해 저출산, 학력 인플레이션, 노령화, 사회복지 등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의 원인을 점검한다. 저출산, 학력 인플레이션, 사회 복지, 정보화 등 지금의 한국을 만들어낸 여덟 가지 주제가 지난 50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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