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글로벌 소셜미디어, 포털로 진화하나...국내 언론사에 주는 시사점

배셰태 2015. 10. 13. 21:31

글로벌 소셜미디어, 포털로 진화하나

블로터닷넷 2015.10.11(일) 이성규 기자

http://www.bloter.net/archives/240541

 

저널리즘의 역사에서 2015년은 어떻게 기록될까. 뜬금없는 질문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2015년이 뉴스 산업에 유난스런 한 해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페이스북이 5월13일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고, 10대들의 메신저 앱 스냅챗은 ‘디스커버리’라는 뉴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애플이 뉴스 앱을 내놓았고, 트위터도 ‘모멘트’라는 이름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시했다.

 

구글은 또 어떤가. 구글 뉴스랩을 출범시켜 저널리즘 콘텐츠를 강화했고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라는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뉴스를 요약해 음성으로 읽어주는 모바일 앱을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카카오가 카카오톡 채널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메신저 앱 안에서 뉴스 콘텐츠 제공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포스트를 통해 뉴스 사업자와 제휴폭을 넓혀가고 있다. 불과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이 뉴스 관련 서비스를 한꺼번에 고구마 줄기 캐듯 내놓은 경우는 이례적이다. 연거푸 쏟아지는 뉴스 관련 새 소식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인스턴트 아티클이 등장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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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뉴스와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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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털 뉴스 서비스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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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뉴스 진출 전략의 맥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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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사업자의 뉴스 진출의 사회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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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맞춤형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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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뉴스 포털 진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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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위시한 소셜미디어가 포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은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 사용자의 24시간을 통제하기 위한 최상의 전략은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를 단일 플랫폼 내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뉴스가 됐든, 동영상이 됐든, 블로그가 됐든, 음악이 됐든,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음악 듣기 버튼을 추가하며 잠시 음악 시장에도 문을 두드린 바 있다. 지금은 애플 등에 밀려 주춤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재개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저명한 사회학자 다니엘 벨은 1973년 자신의 저서 ‘탈산업사회의 도래’에서 정보사회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전망한 바 있다.

조직된 복잡성은 후기 산업사회의 지적·사회적 골칫거리다. 거대 시스템은 상호작용적 변수가 무수히 많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여 주어진 목적으로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한 해법이 바로 ‘지적 기술’로 그 핵심은 직관적 판단을 일련의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알고리즘은 흔히 자동기계, 컴퓨터 프로그램, 통계학적 또는 수학적 공식에 의거한 일련의 지침으로 구현된다.” (Bell, 1976/2006)

다니엘 벨이 언급한 ‘지적 기술’은 2004년 탄생한 페이스북엔 익숙할 뿐 아니라 체화돼 있다. 하지만 정작 탈산업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수십년 전통의 언론사들은 준비가 미숙했다. 과연 언론사가 이 기술을 갖추고 다시 비약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세계 유력 매체 일부만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버즈피드>와 같은 신생 미디어는 지적 기술을 기초로 콘텐츠의 생산을 컨트롤하고 있다. ‘파운드’라는 데이터 분석 및 예측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들의 선호를 파악하고 내다본다. <버즈피드> 발행인 다오 누엔이 “우리는 인기 있는 콘텐츠를 프로모션하지 않는다.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콘텐츠를 프로모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에의 입점도 그들은 오히려 우려보다는 기회로 삼고 있다. <버즈피드>의 전략이 조명을 받는 이유는 트래픽을 가져오는 방식에서 트래픽을 밖으로 내보내고도 비즈니스를 향유할 수 있는 지식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버티컬 통합 전략에서 네트워크 통합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네트워크 통합은 자사 콘텐츠가 소비되는 플랫폼 경로에 구애 받지 않고도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전략이다. 광고 시장을 제어하기 위한 접근 방식으로 자사 콘텐츠가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규모로 전달됐는지 다른 플랫폼으로부터 직접 수집하거나 획득해낸다. 이를 통해 광고주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고 소비를 제어한다.

 

기실 플랫폼이 뉴스를 매개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면 저널리즘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개연성이 있다. 예를 들면,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시장의 판단에 전적으로 내맡기는 방식이 정당화된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채널은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따라 뉴스 가치를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구조다. 뉴스 생산자가 부여한 가치는 플랫폼을 거치면서 시장의 가치로 대체된다(Siapera. 2014). 저널리즘을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형성됐던 긴장감은 해체되고 시장의 선호만이 뉴스 소비의 중심에 남는다. 이것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국내 언론사에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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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 국내로 진출할지는 미지수다. 카카오톡 채널 또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명징하다. 뉴스를 매개로 소비자와 광고 시장의 제어권을 쟁취하기 위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의 노력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보사회의 속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 주체들이 강력한 네트워크 파워와 기술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장해나갈 것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페이스북이 페이퍼 앱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인스턴트 아티클을 제시했고, 카카오는 카카오토픽의 실패를 거울삼아 카카오톡 채널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또 한 번의 실패 과정을 겪더라도 뉴스의 제어권 장악으로 발생할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온라인에서 언론사 브랜드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인스턴트 아티클에 결합하는 순간 페이스북에 뉴스를 공급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로 위상이 추락한다. 생산, 유통, 소비를 장악했던 신문의 위상은 그저 추억거리에 불과해진다. 에밀리 벨의 지적처럼 자사 플랫폼의 독립적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단순 콘텐츠 사업자로 전락할 위기를 맞게 된다. 역으로 이들 플랫폼에 뉴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독자 와의 접점을 유지함으로써 창출할 수 있는 적지 않은 광고 수익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무엇보다 자사 플랫폼의 자생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링크의 흡인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바라바시는 네트워크의 속성을 언급하면서 적익부(fit-get-rich)의 원리를 언급한 바 있다(Barabasi, 2002/2002). 적합성이 네트워크의 부를 만들어낸다는 맥락에서다. 일부는 이 원리를 네트워크의 승자독식을 초래하는 근원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적합도란 다른 웹페이지보다 더 많은 링크를 연결시키는 매력의 정도다. 현재 언론사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적합도 측면에서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국내 언론사의 경우 수많은 혐오 광고를 부착하며 링크의 연결 매력을 감쇄시키고 있다못해 링크의 단절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자생력은 하락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네이버나 카카오로의 네트워크 집중을 초래할 것이다. 당분간 포털 플랫폼이 경쟁 우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다.

 

다시 말하지만 언론사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제어권을 뒤집을 확률은 당분간 높지 않다.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10~20년간 누적돼 온 대응 방식의 소홀함에서 비롯된 결과다. 어쩌면 페이스북과 카카오의 제어력 노쇠화를 기다리며 절치부심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종합적인 맥락에서 언론사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국내 포털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오히려 <버즈피드>의 네트워크 통합 전략처럼, 데이터와 콘텐츠 공급을 교환하면서 자신의 콘텐츠와 네트워크 파워를 크로스 플랫폼의 관점에서 성장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콘텐츠와 관계 네트워크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MCN 사례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과 대등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보 프로세싱의 혁신을 차근차근 이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생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통해 쟁취하는 것임을 언론사는 잊어서는 안된다.

 

참고 문헌

  • Barabasi and Albert-Laszlo, 2002. Linked : The New Science of network ; 강병남·김기훈 역, 2002,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의 과학』 (동아시아).
  • Beniger and James., 1986, The Control Revolu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윤원화 역, 2009,『컨트롤 레볼루션 : 현대 자본주의의 또 다른 기원』 (현실문화).
  • Bell and Daniel., 1976, 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 Basic Books.; 김원동·박형신 역, 2006, 『탈산업사회의 도래』 (아카넷).
  • Pine and Joseph., 1992, Mass Customization : The New Frontier in Business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 Siapera and Eugenia., 2013, “Platform Informediation and Jouralism,” Culture Machine, Vol.14.

이 원고는 한국언론중재위원회 정기간행물 ‘언론중재’ 가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블로터>는 한국언론중재위원회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