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창]전·월세 대란 부추기는 청개구리 정부
경향신문 2015.09.18(목)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32&aid=000263511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9172034565&code=990100
최근 전·월세가 폭등하여 서민을 울리고 있다.
<중략>
과거에는 전세가 우리나라의 표준이었다면 지금은 급속히 월세로 전환하는 과도기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전세든, 월세든 인상률이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이렇게 주택임대 비용이 폭등하는 나라는 좀처럼 없을 것이다. 지금 저금리가 전세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으며, 동시에 월세 전환을 촉발하고 있다. 사실 전세나 월세나 금리를 잘 적용하면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적용하는 금리가 시중 금리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1년 정기예금 금리가 2%도 안되는데, 월세 전환 금리는 7~8%가 예사다)이 세입자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세를 선호하고 월세를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 세입자들에게 고통을 줬던 전세가 지금은 오히려 인기 종목이니 세상만사는 요지경인가.
전·월세 폭등의 또 다른 요인은 부동산 투기의 종결 조짐이다. 우리나라의 땅값이 세계 최고이고, 집값도 거의 세계 최고이니 거품이 빠질 때도 됐다.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주의 때문에 해방 후 60년간 부동산 투기가 지속됐으나 참여정부 때 종합부동산세,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써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과거처럼 묻지마 투기가 판치는 모양은 보기 어렵게 됐다.
부동산 사두면 무조건 대박이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오랫동안 우리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택매매 수요는 넘치고 전세 드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했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는 반면 전세는 주택가격의 절왜냐하면 이론적으로 경쟁적 시장에서는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 가격은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세기의 부동산 투기가 드디어 종말을 고하려는 지금 자연히 주택을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고 전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금의 전·월세 대란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전세가 평균이 매매가의 7할을 넘어섰고, 심지어 100%가 넘는 소위 깡통전세도 나타나고 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비슷해지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지만 매매가 하락이 아니라 전세가 인상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문제다. 반도 안되는, 심지어 강남 같은 데는 매매가의 2할도 안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비정상이다.
과거 부동산 투기의 피해자가 이번에는 전·월세 대란의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다. 집 가진 사람들은 과거에는 집값 상승으로 큰 이득을 지금은 전·월세 상승으로 이익을 보호받는 반면 집 없는 사람들은 과거 집값 폭등으로 큰 손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지금은 전·월세 폭등으로 울고 있다. 아, 우리나라는 원래 불공평하고, 가진 자의 천국인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애당초 민생 철학이 빈약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서라도 경기를 살리려는 위험한 도박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부익부빈익빈의 잘못된 정책이다. 빚내서라도 집 사라고 부추기는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급증해 1100조원을 돌파했고,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84%)은 14개 신흥국 중 1위다. 정부는 서민들을 희생시켜 ‘반짝 경기’ 살리려는 얄팍한 수법을 포기하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 야당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전·월세 상한제, 임대차계약 자동갱신제,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힘써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청개구리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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