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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죄를 묻는 게 창조경제인가...‘혁신기업 신문고’ 만들라  

배셰태 2015. 9. 16. 09:04

혁신에 罪를 묻는 게 창조경제인가

지디넷코리아 2015.09.15(화) 이균성 편집국장

http://m.zdnet.co.kr/news_view.asp?article_id=20150915171056

 

[데스크칼럼]‘혁신기업 신문고’ 만들라

 

<중략>

 

‘창조경제’를 사실상의 국시(國是)로 내건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 한 가지 큰 고민을 더 보태야 한다. 설령 답을 찾는다 해도 괴롭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답을 찾은 뒤가 더 문제다. 기득권자들의 온갖 방해공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해공작에 때론 정부와 기득권자들의 로비를 받은 국회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이 정도 되면 ‘창조경제’가 아니라 ‘구악경제’가 더 어울릴 수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그러니 창조(創造)는 신(神)의 영역이고 인간의 영역은 혁신이다. 혁신은 조물주처럼 완전히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것들을 섞고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존재하던 이것저것을 섞고 바꾸어서 불편함과 비효율성을 덜어내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혁신은 그런 이유로 ‘기득권에 대한 창조적 파괴’라는 속성을 갖게 된다.

 

음성통화 기기였던 휴대폰에 컴퓨터 기능을 넣고 데이터망에 연결시킨 뒤 클라우드 서비스를 가미한 아이폰과 애플의 각종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컨버전스를 통한 이 혁신이 얼마나 파괴적인 지 누구나 다 느끼는 바 있다. 휴대폰 거함 노키아를 단숨에 침몰시켜버렸다. 상거래 수단과 관행을 온라인으로 바꾸어 놓은 아마존은 또 어떤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는 그야말로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

 

다 아는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끄집어낸 건 혁신의 근처에는 필히 ‘과거의 관행’이라는 사체가 즐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혁신은 특별한 게 아니다. 낡은 과거를 죽여 떠나보내는 일이다. 사회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혁신의 주체는 ‘위법한 질서 파괴자’일 뿐이다. 낡은 법이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고 혁신의 주체는 그 안에 갇히게 된다. 당연히 그런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춘 까닭도 여기에 있다. 혁신 추동 세력보다 이를 막는 반대 세력이 더 강한 게 문제다. 혁신의 미래는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반동은 기껏해야 현상 유지이거나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건 논란이 필요 없는 이치다. 4대강과 자원 개발로 한국 경제의 발전 축을 과거로 되돌려 놓은 이명박 정부의 과오는 심대하다. 기득권 세력끼리 미래 가치를 나눠먹는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DJ 정부 이후 추진된 혁신으로서의 지식기반경제를 초토화시켰다. 그때 씨를 뿌리고 성장했던 창의적인 기업 가운데 지금 누가 남아 있는가. 네이버를 비롯한 극소수 뿐이다. 창조경제를 국시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은 전임의 과오가 너무 또렷한 만큼 방향성만은 제대로 잡았다. 오죽하면 창조경제를 내걸었겠는가. 문제는 박 대통령을 보위하며 그의 눈을 가리고 있는 반대 기득권세력이다.

 

이들은 지금도 혁신기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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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IT 기업의 유명인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금만 기업 규모가 커지면 본래 사업보다 국회나 정부를 찾아 로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은 ‘천송이 코트’를 꺼내며 법제도 개선을 말하지만 기득권 기업과 연결된 권력집단은 철벽과 같다. 대통령도 혁신기업들도 그 철벽에 포위돼 있다.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4대 개혁이 국가적 과제이긴 하지만 그 못지않게 ‘혁신기업을 위한 신문고’도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가 뒤흔들어 놓은 세계는 지금 빛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그 속도와 방향에 맞춰 낡은 법 제도를 바꾸는 데 머리를 싸매도 시간이 없을 판이다. 혁신 기업의 뒷다리를 걸고넘어질 상황이 아니다. 경제 체질을 바꾼다는 건 낡은 기업과 혁신 기업이 자리바꿈하게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