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점점 치맛바람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한국 교육, 모두가 바보 되는 치킨 게임

배세태 2015. 9. 8. 17:18

한국 교육, 모두가 바보 되는 치킨 게임

미디어오늘 2015.09.06(일)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http://m.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801

 

- [김국현 칼럼] 어른들은 모르는, 어른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그런 세계

 

원인이든 결과든 대개의 사회적 문제는 교육 문제와 밀접하게 붙어 있다. 정글 같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을 받지 못해 방황하다 표류하는 삶도 있고, 현재의 불우를 모두 교육 탓으로 환원한 채 자녀에게서 대리만족을 찾으려다가 ‘에듀푸어’가 되는 삶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사회적 과제를 해소하기는커녕 그 자체가 과제가 되어 버렸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이의 행복을 생각한다. 유명한 회사에 가면 아이들이 행복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 불행이란 대기업 정규직을 갖지 못한 것이니까. 큰 회사들이 원한다는 학교에 무슨 수를 써도 보내자. 행복의 길은 그것뿐이라며 일종의 공동환상에 빠진다.

 

이제 교육은 배움이 아닌 간판 획득의 전략이 된다. 게다가 생활기록부와 내신이라는 주관적인 상대 평가는 전략의 차별화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부분이고 점점 치맛바람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중략>

 

공교육의 교과서를 훑어보면 그 안의 내용만 확실히 배워도 사회인으로서의 필요한 소양은 충분히 쌓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없애겠다며 2018년도부터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내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모두가 모든 과목을 잘할 리가 없다. 한 반 학생들의 능력은 정규분포를 그리기 마련이다. 한 과목은 못해도 다른 과목은 잘할 수도 있다. 그 길을 찾아 가는 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움의 깊이가 전략의 구사를 방해할 까 두려워하는 것인지, 입시는 고비용으로 현재의 질서를 고착화하는 쪽으로 강화되고 있다.

 

그나마 그렇게 힘들게 딴 간판이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가 시나브로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같아진 대학생은 고3 같은 취준생의 생활이 익숙한 듯하다. 패기와 신선한 발상 대신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대우 받는 사회. 그 결과 바보는 대량으로 양성되고 지식산업의 시대 국가 경쟁력은 다시금 떨어진다.

 

부모가 탐내던 크고 유명한 회사가 간판을 딴 모든 이들을 받아 주던 20세기가 아니다. 미래에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사라지는 일자리 속에서 나의 일거리를 내 힘으로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세계의 상식이고, 혁신 산업을 잉태한 배경이다.

 

현대 소프트웨어의 다양한 철학을 태동시킨 북유럽의 대학진학률은 40%도 안 된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트위터, 델, 오라클 등 모두 대학 중퇴자가 세운 회사들이다.

 

그들이 처음 본 당시의 컴퓨터란 “어른들은 아직 모르는, 어른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세계”를 의미했다. 그들은 눈앞에 닥친 이 거대한 세계 앞에서 정말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지금도 이 사회 어딘가에는 ‘어른들은 아직 모르는 어른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세계’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세상을 봐도 눈을 감는다. 목격하고 행동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체념한 것이다.

 

작금의 한국 대학은 이 세계를 위한 실질적인 기능도 또 비전도 제공해주지 못하는 바가지 상품이지만 그럼에도 이 상품들은 올해도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이곳은 북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성공한 사례도 체험도 겪어 본 바 없다. 결국은 서열이 모든 것을 말할 것이기에 포괄적 전략으로 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환상은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은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패기도 없다고 투덜대고 있다. 회사에 충성하여 번 월급을 자녀들의 사교육에 대규모로 투입하며 말이다. 당분간 이 치킨게임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