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경제민주화, 멋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경향신문 2015.08.12(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08121751511&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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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아마도 위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위기의 해법이 무엇인가라는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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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어려운 부분은 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응이다. 이것은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비로소 그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는 중국의 기습적 위안화 절하 이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이번 절하 이전부터 위기였기 때문이다. 시계를 조금만 과거로 돌리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난다는 뉴스가 중국의 절하 이전부터 올라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우리 눈에 확 띄는 에피소드로는 삼성의 합병 건이 있다. 시계를 더 과거로 돌리면 수출이 절대적으로 감소한다는 분석이 눈에 들어온다. 기재부가 성장률 예상치를 계속 하향 조정한다는 뉴스도 있다. 이들은 모두 연관된 사건이다. 다만 그 연관성이 쉽게 파악되지 않을 뿐이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물론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이 근저에 깔려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왜 최근 들어 한국을 탈출할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6월부터 7월 초까지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처리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행태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멸을 느꼈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국민연금은 자신에게 손실을 끼치면서까지 사리와 원칙에 맞지 않는 결정을 하고, 자본시장도 여기에 합세하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언론이 경제적 합리론보다는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한심한 작태에 진저리를 쳤을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어찌 금리 1~2% 차이에 비견할 것인가.
그다음으로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을 생각해 보자.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한국 사회의 노령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점은 그래도 특기할 만하다. 수출 규모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몇 달째 감소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이번 정부가 특별히 수출기업에 적대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환율이 불리했던 것도 아니고, 비록 중국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지만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그 원인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대기업들의 경쟁력 부진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가 우리나라 재벌 순위 1, 2위의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재벌의 경쟁력 저하가 근본 원인 중 하나다.
결국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금융자산의 수급 불균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전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특히 그 핵심에는 재벌이 우리 사회의 주도적인 권력으로 자리하면서 각종 경기규칙을 위반하고 일탈적 행동을 일삼고 있다는 점과 재벌의 경쟁력이 옛날만 못하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재벌 경제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경제가 매력적이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제 활력이 소진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재벌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멋 부리기 위해, 혹은 어떤 추상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내걸어서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그러고는 딱 6개월 지난 2013년 8월28일, 재벌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대접하면서 “경제활성화”로 정책기조가 변화했음을 알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 경제는 이때부터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살기 위해서 다시 “경제민주화”를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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