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출동해 성사..삼성물산-제일모직 2.8% 차이로 합병

배세태 2015. 7. 18. 12:35

[사설]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출동해 성사시킨 삼성물산 합병

조선일보 2015.07.18(토)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5071703828&d=2015071703828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이 69.5% 찬성으로 통과됐다. 합병에 필요한 찬성표(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인 66.7%)보다 2.8%포인트 많은 근소한 차이로 합병안이 승인됐다. 이에 따라 9월엔 연간 매출 34조원 규모의 삼성물산 합병 법인이 출범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중략>

 

삼성은 이번에 글로벌 기업에 걸맞지 않은 지배 구조와 의사 결정 과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삼성은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주 권익을 무시하는 합병이라며 반대 행동에 나선 뒤에야 주주들 의사를 반영할 위원회를 설치하고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 친화(親和)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허둥지둥 대책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캐나다 연기금을 비롯한 외국인 장기 투자자들이 삼성에 등을 돌렸다. 앞으로 삼성의 후진적 경영 행태에 대한 국제적 평판이 한국 기업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재계가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삼성은 헤지펀드 한 곳의 공격에 대항하려고 수많은 국내 주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 국민의 노후 자금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2~3%씩 지분을 들고 있는 국내 자산운용사·기업들이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 경영권을 통째로 외국 자본에 빼앗길 듯한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 한몫했다. 이처럼 애국심에 호소하는 분위기 때문에 소액주주들까지 대거 삼성 쪽에 섰다. 사실상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총동원돼 삼성의 후계 체제 안정을 도와준 셈이다.

 

삼성은 합병안 통과가 삼성식(式) 경영의 성공이라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빚을 졌다는 인식 아래 지배 구조도 국제적 눈높이에 맞춰 바꾸고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공급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삼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한민국 전체가 삼성을 위해 뛰어줄 것이라고 낙관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