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가결…'백기사' 자처한 국민연금의 '두 얼굴

배셰태 2015. 7. 18. 12:08

'백기사' 자처한 국민연금의 '두 얼굴

주간한국 2015.07.18(토)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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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경영권 방어의 '등불'… 기업 옹호 뒤엔 개미들 눈물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가결…최대주주 국민연금의 힘보여

국민연금 대차거래 기업만 배불리는 상황, 소액 주주 피해도

 

삼성그룹(이하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통합 삼성물산이 본격 출범한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이날 주총은 삼성물산 의결권이 있는 1억5,621만7,746주 중 83.57%인 1억3,054만8,184주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그 중 69.53%인 9,202만3,660주가 찬성해 합병이 결정됐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주주이익을 앞세워 합병 반대를 집요하게 주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의 법인명으로 오는 9월 1일 통합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민연금의 향배에 따라 합병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은 주총 이전에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내 사실상 삼성 측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어 그의 행보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한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에서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명암 등을 살펴봤다.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은 국민연금

 

‘삼성-엘리엇’ 공방전은 삼성이 지난 5월 26일 계열사 두 곳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공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엘리엇은 지난달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합병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양측은 국내외 주주들을 상대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지난달 10일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했다. 엘리엇은 주식 매각과 지난 17일에 열린 합병결의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둘러싸고 가처분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1일, 7일 엘리엇이 낸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로서 최대 반대세력인 엘리엇을 기선 제압한 삼성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1.21%)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17일 합병주총에 앞서 국민연금이 찬성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또한 지난 13일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장시간 논의 끝에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찬성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주총에서의 역할을 감안할 때 국내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은 막강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연금보험료를 징수해 국내외 기업의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재벌전문조사사이트 재벌닷컴이 지난 8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분이 5% 이상인 국내 상장사는 296개사다. 그룹별로 지분율 5%를 넘는 회사 중 삼성이 전체 상장사 17개사 중 13개사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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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취약 기업에 힘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주요기업에는 SK(8.26%), 삼성전자(8%), 현대차(7.01%), 현대중공업(5.03%)이 있다. 이들은 실적이 안정된 회사다. 반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해외 투자자의 약점 공세에 무참히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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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민연금의 국내 기업 백기사 역할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지난 3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반대지침을 내린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이번 합병 찬성표가 재벌특혜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지분 보유 기업 합병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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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차거래 '약인가 독인가'

 

국민연금은 17일 삼성물산 합병의 ‘키’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대차거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백기사 역할에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사업 중 하나인 유가증권 대차거래가 주가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여할 때마다 해당 종목의 주가는 증시를 뒤흔들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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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대차거래 시점과 해당 종목의 주가하락 시점이 대부분 일치했다. 대차거래량이 증가할수록 해당 주가가 수직 하강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국민연금의 대차거래에 대한 시각은 세 가지로 나뉜다.

 

국민들의 연금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입장과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 그리고 국민연금의 대차거래가 증시 변동성을 높이지만 그 덕에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띈다는 필요악이라는 측면이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증시를 봤을 때 대차거래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국민연금이 대차를 할 때는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지지만 일정기간 후에는 주식을 되사서 갚아야하기 때문에 다시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규모 때문에 일시적으로 증시가 출렁일 수는 있으나 대차거래 자체는 큰 문제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