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데스크 독해법] 삼성-엘리엇의 합병분쟁이 남긴 것
조선일보 2015.07.17(금) 조선비즈 부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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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승계와 직결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관련 사태가 일단락됐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폴 싱어의 엘리엇(Elliot)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뒤, 두 회사합병비율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삼성과 엘리엇간 분쟁은 승계이슈에서 회사가치산정방법, 경영권보호책, 경영민주화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이슈를 쏟아냈다. 조선비즈 데스크들이 엘리엇의 합병 반대 1보부터 삼성물산의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속보와 심층분석을 실시간으로 다뤘다. 삼성-엘리엇간 분쟁관련 취재를 지휘했던 현장 데스크들의 이번 사태를 꿰뚫어 보는 독해법을 모았다.[편집자 주]
최흡 위비경영연구소 소장 겸 증권부장
합병 결의는 예견된 결과였다. 애초부터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력은 강했다. 합병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라 출석주수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렇게 높은 지분을 필요로 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아마 삼성측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측으로는 해피엔딩인 셈이나, 이번 사건은 모든 점이 부끄럽다. 우선 애초에 그룹 승계문제가 없었어도 합병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물산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아예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주주의 관계인'인데,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그의 승계를 위한 구조조정에 휘말리는 꼴이 됐다. 합병의 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뒤는 공허하다.
합병비율 논쟁, 주가 움직임에서 본 한국 자본시장의 수준은 안타깝다. 기업의 자산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인데 반해 주가는 제일모직이 3배였는데, 이것이 자본시장의 현실을 말해준다.
자본시장에 ‘대주주 불패의 법칙’이란 말이 생겼다. 삼성을 비롯해 여러 그룹의 승계를 앞두고, 구조조정은 반드시 대주주에 유리할 것이기에 그룹오너 지분이 높은 기업에 줄서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에버랜드’라는 이름이었던 제일모직이 상장할 때 다들 그렇게 생각했고, 언론들도 그렇게 썼다.
그래서 제일모직 주가는 정상보다 비싸게 움직였다. 합병과정의 떡고물을 챙기려는 투자자가 모인 것이다. 합병발표 당시 증권사들이 예측한 제일모직의 PER(주가 수익비율)은 올해 예상수익을 기준으로 100을 넘는다. (작년은 40이지만 특별이익이 반영된 것이라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순익을 100년동안 쌓아야 현재 주가(시가총액)가 된다는 의미다.
반면 삼성물산은 국내 기관투자가가 거의 투자하지 않는 비인기주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해를 볼까 두려워 아주 비중을 적게 가져간 것이다.(왜 삼성물산 주식을 사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다 알면서 왜그러느냐'는 답변이 돌아온다.)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식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가정한 후 투자방침을 정해서는 입장상 곤란한 ‘국민의 돈’ 국민연금만이 많은 지분을 들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때문에 합병비율은 주가가 높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삼성그룹측이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가 없어 소액주주를 찾아다니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란 것이 ‘정권을 잡은 후 친한 사람에게 특혜를 줄 것’이란 정의롭지 못한 기대 위에 서 있다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힘 있는 대주주가 자신에 유리하게 인수합병을 주무를 것이라는 삐뚤어진 가정 아래 서 있었다. 삼성의 의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은 한술 더 떠 그것을 인정하고 한 편이 되고자 했다.
물론 엘리엇이 승리했다면 많은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또다른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달려들면서 증시는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또 삼성 입장에선 법규에 따라서 합병비율을 정했을 뿐인데, 이게 문제가 된다는 것은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주주 불패의 법칙'이 주가에 반영되는 상황이 삼성에게도,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도 부끄러운 사실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그만큼 주주문화, 기업 내부의 견제제도 등이 미숙하다는 얘기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을 빼앗아가려는 나쁜 외국 헤지펀드'란 구도로 지나치게 일방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고,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여러가지 오해가 섞인 주장들이 쏟아지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삼성물산 주식을 쥐고 있던 국민연금, 엘리엇에 투자한 KIC 등에 쏟아진 대한 전방위적인 압력이나 비난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자본시장을 상처입히는 일종의 반칙이다.
애초에 엘리엇은 삼성그룹은 물론 삼성물산도 빼앗을 능력이 없었다. 설령 이번에 합병결의에 실패했었더라도 다음번에는 문제없이 통과됐을 것이다. 경영권 위협이란 기업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를 연상하게 하는 말이다. ‘대주주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정도에 불과한 상황을 '경영권 위협'이라고 일컬으며 그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건 독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기업을 공개하겠다는 것은 그런 견제의 목소리를 인정할 것을 전제로 한다.
증시에서 상장을 하면서 자금조달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남의 돈을 가져다가 대주주가 이용한다는 것이다. 당장이라도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는 무책임한 '단기 주주'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부채의식은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의 상처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 국내에서 극단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일부 언론에서 엘리엇을 ‘(악한) 유대자본’으로 묘사했는데, 이것이 이스라엘 언론에 인용되고 다시 미국측에 소개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사설조차 썼다. 더 이상 인종차별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막는다 하더라도, 이미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김주현 부동산유통부장
<중략>
김종호 산업부 부장
<중략>
김기성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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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경제정책부장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 10대 그룹의 총수 지분율은 0.9%, 자녀 등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7%에 불과하다. 이렇게 지분이 얼마 없는데도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계열사들끼리 지분을 서로 나눠 갖는 순환출자, 교차출자 등 가공자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이 '자본시장 완전 개방'에서 되돌아가겠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면 국부 유출 논란이나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자본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삼성물산의 사례는 론스타-외환은행 사건처럼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또 한번 후퇴시킨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 한 가지를 더 얘기하자면, 이번 사태를 초래한 대기업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 같다.한국 국민들이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를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 또는 이부진 이서현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나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승계 등은 어느 정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하는데,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 체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기 어렵다.
<중략>
오광진 부장(중국 전문기자)
이번 사태를 보면서 떠올린 건 수 년 전 베이징에서 열린 한 증권 포럼에서 자오펑치(曹鳳岐 ) 베이징대 금융증권연구소장이 던진 “상장사에게 천국,개인 투자자에게 지옥인 시장은 미래가 없다”는 경고성 발언이었다 상장사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액투자자의 이익을 희생해 자기이익을 챙기는 왜곡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한중간 자본시장을 비교한 연구의 주요 영역이 기업지배구조이고 대부분 논문은 한국은 중국보다는 한 수 위의 기업지배구조 시스템을 갖춰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지배구조에도 빈 틈이 있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가 누구든 공격의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는 보통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고 한다. 주주가치를 늘리는 것이 첫째이고,상장사의 경영 효율을 높이는 게 두 번째다.
..이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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