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100세 시대] 연령차별 사회와 연령통합 사회

배셰태 2015. 6. 22. 17:32

[세상읽기] 연령차별 사회와 연령통합 사회

국제신문 2015.06.22(월) 초의수 부산복지개발원장

http://www.kookje.co.kr/mobile/view.asp?gbn=v&code=1700&key=20150622.22026191409

 

우리나라 사람이 처음 서로 만나면 가장 민감하게 훑어보는 사항이 있다. 상대방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는 일이다. 그 정보가 교환되거나 파악될 때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기본으로 관계를 발전시킨다. 장유유서의 오래된 유교문화 때문일까? 힘의 서열, 계급·학력·학벌·직업 서열, 심지어 외모 서열까지 미숙한 단면을 가진 우리 사회에서 나이 서열은 가장 기본적인 '구별짓기' 행동이다. 피상적 서열화를 싫어하는 필자는 특히 나이가 몇 살 어린 사람에게 반말투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적잖은 불편함을 느낀다. 여하튼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성인중심주의(adult-centrism), 가부장주의, 연장자 권위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제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확산할까 우려된다. 바로 연령차별주의(ageism)이다. 이는 나이를 기초로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하는 현상으로 성별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와 더불어 3대 차별주의의 하나다. 연령차별주의는 젊은 세대가 잘못된 편견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나이 든 세대를 집단적으로 인식하며 삶의 여러 영역에서 차별적으로 대하는 모든 행동이다. 우리 사회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고령화 속도와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가족적 부양 부담 증가로 인한 심적·경제적 부담감은 연령차별을 촉진할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노인 세대는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후에 출생하여 평생 빈곤과 싸우며 가족 부양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하지만 노령연금제도를 일찍 갖추지 못하는 등 취약한 사회보장 탓에 노후에 다수가 힘들게 산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 노인의 삶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잘 보여준다. 예전과 달리 가족돌봄이라는 안전망에서 분리된 노인이 빈곤하게 살며 한계생존형 노동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은 노인에 대한 사회의 부당한 대우와 차별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이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인중심주의와 연령차별주의가 병행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 사회는 연령에 따른 분절의 테두리가 다른 사회보다 강하다. 정년이라는 제도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고 세대 중심주의 문화가 있으며 정치적으로 세대 간 균열현상이 매우 심해 다른 세대와 대화조차 쉽지 않을 정도다. 생애주기에 관한 과잉 제도화로 노인에 대한 집단적 편견이 심하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연령분절적 사회에서 연령통합적 사회로 새로운 사회 설계가 필요하다. 단순히 개인의 삶을 노동 준비의 교육기, 노동기, 여가를 즐기는 은퇴기라는 단계별 사회구조에 순응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육, 노동, 여가가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되고 그 안에서 개인의 선택을 더 존중하는 연령 유연성의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 DC에는 '세대통합'(Generation United)이라는 독특한 비영리단체가 미국 전역에 연령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령통합형 공동체를 돕고 있다. 이 단체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어르신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청소년에게 삶의 경험을 나눠 주고, 맞벌이 부부의 아이 돌봄 등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 주말에는 공동체 주민이 모여 식사를 하며 젊은이가 어르신의 말벗이 된다. 은퇴자촌에 학교 및 유치원을 함께 짓도록 유도하는 등 지원 활동도 한다. 그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이름은 '연령 이익의 공동체'(Age Advantaged Communit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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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따른 분절점이 많은 사회는 어느 세대의 구성원에게도 이롭지 못하다. 우리는 세대 간 분절을 극복하고 대부분 사회구성원에게 더 길어진 노년의 삶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과 경험으로 녹아들어 갈 수 있고 서로의 행복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대 통합적 사회 설계를 섬세하게 해야 한다. 이제는 공감 없는 의무적 효보다는 일상의 삶에서 어르신이 소외되지 않고 공동체의 유익에 기여한다는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속 깊은 사랑의 실천이 훨씬 더 필요하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