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정부와 은행의 비밀 합작품, `가계부채` 뇌관 제거의 마지막 기회

배세태 2015. 6. 19. 02:14

[서소문 포럼] 가계부채 뇌관 제거의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2015.06.18(목)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5&aid=0002495004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8049815&cloc=olink|article|default

 

퀴즈 하나를 풀어 보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까지 내리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5~2.7%로 떨어지게 됐다. 그렇다면 기준금리가 0%인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얼마일까?’ 놀라지 마시라. 정답은 4.0~4.2%다(미 금융정보 사이트 bankrate.com). 한국보다 1.5%포인트나 높다. 한국은 어느새 주택대출 금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예외라곤 일본 정도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정부의 방조와 은행들의 탐욕이 만든 합작품이다. 비밀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 일색이다.

 

<중략>

 

미국은 어떤가. 장기(30년) 고정금리 상품을 주택담보대출의 표준물로 삼는다. 만약 금리가 오르면 그 위험은 은행이 온전히 떠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대출금리를 정한다. 그래서 나온 게 4.0~4.2%다. 게다가 원금 분할 상환이 기본이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도 대출받는 데 신중한 건 당연하다.

미국도 한동안 한국의 주택담보대출과 흡사한 상품이 나와 날개 돋친 듯 팔린 적이 있다. 그 유명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로,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했다. 그 뒤로 미 금융당국은 변동금리 상품을 부적격 대출로 묶어 고사시키고 있다. 현재 미국의 주택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또 하나의 비밀은 은행의 소구권(상환 청구권)이다.

 

한국의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은 주택 이외에 다른 재산과 월급까지 압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대출금을 떼일 위험이 거의 없도록 해주는 안전장치다. 거꾸로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채권 무한 추심에 노출되는 ‘노예 대출’ 셈이다. 미국은 소구권을 불허한다. 대출받은 사람이 갚을 능력이 없으면 은행에 집 열쇠만 넘겨주면 그만이다. 깡통주택이 돼도 다른 재산과 소득을 온전히 지키며 경제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은행도 잘못된 대출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라는 취지의 제도다.


미국의 주택대출 제도는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준다.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열쇠이기도 하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미국식의 장기 고정금리 구조로 전환할 획기적인 처방전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대출도 갈아타게 하는 안심전환대출을 확대 편성할 필요가 있다. 원금 상환 부담은 초기엔 최대한 낮추고 갈수록 높아지게 하는 구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의 위중함을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소구권도 제한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더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질 필요가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고정금리 대출을 꺼렸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결국은 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사실을 시장에 주지시켜야 한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