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세계의 경고 속 태평 대한민국
KBS 2015.05.04(월)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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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5]
지난 연말부터 우리나라의 천문학적인 가계 빚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는 우리나라를 ‘세계 7대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꼽았다. 가계가 1년 동안 번 돈에 비해 빚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자금순환표상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이미 163%를 넘어, 미국의 113%는 물론 금융위기 위험국가인 스페인의 130%보다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경제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한국은 성장엔진이 작동을 멈추고 있는데 가계부채만 폭증하고 있으며, 그 부채 규모도 아시아 최대규모로 가계부채 위험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고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한국은 가계가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일 정도로 부채 악화가 심각하며, 이로 인해 앞으로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경고하였다. 특히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 포인트 늘어나면 한국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10%에서 40%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IOM)’이 미국과 유럽의 버블 붕괴의 원인이었는데, 현재 한국에서 이 같은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무려 74%를 넘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집중되는 2019년이 되면 인구구조 악화와 맞물려 한국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 세계의 시각과 동떨어진 경제 관료들의 인식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나 금융당국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평가하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3월 인사 청문회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금리 인하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며,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시켰다’면서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경제연구기관들의 잇따른 경고와는 동떨어진 우리 경제 관료들의 판단을 100% 믿고 가계 부채 문제에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 경고를 무시한 일본, 버블 레이디의 저주에 빠지다
<중략>
하지만 1990년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고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빚더미에 의지한 이 위험한 투자방식은 순식간에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1991년 투자 손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자, 그녀의 신화는 단 4년 만에 처참하게 무너지고 감옥까지 가게 되었다. 그녀가 파산하자 그녀에게 자금을 빌려주었던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경영진이 대거 교체되었고 파산한 금융회사까지 나왔다. 한 때 부(富)의 상징이었던 그녀는 1990년대 일본 거품경제의 붕괴를 상징하는 존재로 추락하면서 ‘버블 레이디(Bubble Lady)’라는 오명까지 쓰게 되었다.
■ 최후의 순간까지 그들은 빚더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중략>
그렇다면 일본이 자랑하던 대장성 엘리트 경제 관료들의 예측은 왜 그렇게 허무하게 빗나가고 만 것일까? 일본 대장성은 전체 부채 규모보다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일부 채무자들이 빚을 못 갚는 사태가 일어나도 일본 전체 경제에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 버블 붕괴가 시작되자,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한꺼번에 폭락한 것은 물론 거래 자체가 거의 중단되면서 ‘장부가격’은 무의미해지고 말았다. 일본 대장성 관료들의 자랑이었던 높은 자산가격은 일본 경제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일본 경제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넣은 원흉이 되고 말았다.
■ 경기부양책, 묘약인가? 마약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막으려면 더 늦기 전에 더욱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무너진 이유는 결코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빚더미의 마약과 같은 효과에 취해 일본 경제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한계상황까지 경기부양책을 썼기 때문이었다. 경기부양책은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반드시 나중에 대가를 치러야 하는 정책이다. 이 때문에 짧은 불황에는 그 고통을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그 대신 부양책에 중독될 경우에는 마치 마약과도 같이 경제 전체를 병들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 관료들이 가계부채 문제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권위 있는 경제 연구소들이 끊임없이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면, 적어도 왜 그런지 한 번 심각하게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빚더미의 무서운 마력에 빠지기 전에 그들의 권유대로 가계 부채를 일정 선에서 통제하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 관료들의 예상이 틀려서 일본처럼 빚더미가 무너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 대응책(Contingency Plan)을 아주 촘촘하게 설계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일단 빚더미가 무너지기 시작한 이후에는 어떤 비책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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