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준 칼럼] 정녕 `초라한 선진국` 에 머물건가
매일경제 2015.04.22(수) 전병준 논설실장
http://m.mk.co.kr/news/headline/2015/38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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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돌아가는 나라 꼴을 보면 어느 한구석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없다. 경제는 저성장 속에 청년실업은 극에 달해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서 보듯 정치 역시 과거의 구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현직 총리까지 낙마했다. 세월호로 대표되는 사회적 갈등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치유되기는커녕 국민을 더 갈가리 갈라놓고 있을 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그런 정치·경제·사회의 총체적인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이 4~5년이면 넘어갔던 3만달러의 고비가 우리에게는 벌써 9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것도 환율에 따라 부침이 있을 뿐 올해도 진정한 의미에서 3만달러 돌파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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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국과 그리스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초라한 선진국`의 우려가 떠오른다. `초라한 선진국`은 무늬만 선진국일 뿐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전혀 손대지 못한 채 선진국 주변에서 표류하는 국가를 말한다. 그리스는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 전후에서 멈춰선 채 재정적자가 만연하면서 국제 경제 위기에 취약한 고리로 간주되는 국가들이다. 한마디로 선진국을 흉내만 내는 `짝퉁 선진국`이다.
`초라한 선진국`의 가장 큰 문제는 삶의 질보다는 정신적 무기력증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정신문화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샴페인만 일찍 터뜨린 채 공짜 점심과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공동체 의식이 붕괴된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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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의 모습을 살펴보자.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 회복세와는 달리 2%대 성장이라는 저성장의 고착화가 눈앞에 다가오는 분위기다. 그나마 유지됐던 제조업의 경쟁력은 점차 붕괴되고 있고 한 치 양보 없는 노사 대결로 경직된 노동구조와 낮은 생산성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는 더 이상 희망을 갖기 힘든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국민의 모럴해저드는 극에 달했고 국가와 국민의 비전을 이끈다는 정치 본령의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민생을 위한 경제 살리기 법안은 표류하고 있고 공무원연금 개혁, 노사정 대타협 등 국가적 과제는 타결 난망이다.
세월호로 드러난 사회적 갈등은 같은 공동체에서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 대결구도만 증폭시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벌어지는 일부 유가족과 정부 간 대립은 한국 사회가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갈등 관계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만 확산시키고 있다. 신뢰는 접어둔 채 상대방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진정한 대화를 거부하는 꼴이다.
가난한 시절에는 잘살아보겠다는 미래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르면서 마침내 선진국이 되겠구나 하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표류하는 지금 열망도 희망도 사라진 `무뇌국가와 국민`이 돼버렸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별반 없어 보인다. 기껏해야 현재의 수준을 가까스로 지켜내면서 비전 없는 `초라한 선진국`으로 살든지, 그마저도 안 되면 한때 세계 5위 경제대국에서 구제불능의 골칫덩어리로 추락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든지. 어쩌다가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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