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저성장·저물가·인구구조·주택 개념 변화 등...이젠 집을 살 때가 아니다

배세태 2015. 3. 22. 10:08

 

올해도 벌써 1분기가 다 지나고 있습니다. 경제회생의 골든타임(2015~2020년) 첫해인데 조짐이 좋지 않습니다. 증시가 기지개를 켜고 집값도 일부는 오르는데 생산, 소비, 투자 등의 경제활동은 살아나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오히려 생산과 투자, 인력을 줄이는가 하면 개인들도 지갑을 더 이상 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굳건했던 수출 증가세도 꺾였습니다. 경상흑자는 늘고 있지만 불황형 흑자일 뿐입니다. 벌어들인 돈이 쌓인 게 아니라 안 써서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동산 경기도 유동성장세입니다. 저금리 대출 확대가 내 집 마련을 쉽게 합니다. 연이자 1%대 공유형 주택담보대출 등이 그것입니다. ‘빚 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정책입니다. 주택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면서 자가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53.6%입니다. 주택구입 기피 현상은 집값 상승의 기대를 접은 탓입니다.

 

정부의 부양 의지에 힘입어 무주택자들은 전월세에서 매매로 돌아서기 시작합니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하면서 ‘전세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가세합니다. 이런 부동산 경기 회복의 미풍도 오래갈지는 의문입니다. 109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한 집값 급등을 기대하고 투기에 뛰어들면 낭패하기 십상입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인구구조변화가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초고령 시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생산가능인구와 소비계층이 줄어 주택수요가 연쇄적으로 감소합니다. 1, 2인 가구 증가는 4인 가구 중심의 대형 및 대량 주택공급 방식에서 ‘다품종소량’의 주거유형으로 바뀝니다.

 

초저출산이 14년 연속 기준선을 밑도는 출산 기피현상도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고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보다 0.02명 늘어난 1.21명으로 집계(통계청)됐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입니다. 2005년 1.0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다음 2012년 1.3명으로 회복되다가 다시 곤두박질입니다. 1.3명 이하면 초저출산 상황으로 분류합니다. 2010년을 고비로 한자녀 비율이 41.2%로 두 자녀 비율(40.6%)을 넘어섰습니다. 한 자녀 가정이 이렇게 늘어나면 주택수요가 덩달아 줄어듭니다. 부모가 타계하면 집을 물려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세대들의 재테크 방식과 소비 형태도 부동산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기 과시형으로 주택보다는 자가용 보유가 우선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경향입니다. 수익공유형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첫해 중개 수수료, 취득세, 등록세를 내야 하고 매년 대출이자와 재산세도 내야합니다. 1%의 초저금리가 적용되는 기간은 7년입니다. 그 기간에 집값이 최소 10%는 올라야 손해를 안 봅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저물가 현상도 심상찮습니다. 13개월 연속해서 1%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다 지난해 12월 급기야 0.8%로 내려 앉았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공개된 자리(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지난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담배값 인상분을 빼면 마이너스”라고 지적하고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입니다. 미래와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현상이 저물가를 초래합니다.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고착되면서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의 경고등도 켜지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상태에 들어가면 경제주체들은 실물보다 현금자산을 선호하고 투자와 소비는 더욱 오그라듭니다.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의욕이 꺾인 상태에서는 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경제순환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디플레이션이 만연하면 물건이 팔리지 않아 기업은 설비투자와 인력을 줄이고 임금은 동결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게 됩니다.

 

일본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5년 동안 0%대의 물가를 지속하다 금융부실 등 충격으로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 20년을 지속했습니다. 그 때의 후유증을 고치느라 아직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시도할 것인가요. 물론 집을 사면 잦은 이사를 하지 않고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습니다. 대신에 위치에 따른 주택가격 변동 위험과 유지보수 비용은 계속 부담으로 남습니다.

 

실수요자의 경우 주택을 사서 편안한 삶을 꾀할 것인지, 주택에 돈이 잠기는 것과 가격변동의 위험부담을 피해 전월세로 살 것인지는 개개인의 형편과 취향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살 집으로 재테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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