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넘치지만 뉴스 없는 시대
미디어오늘 2015.03.21(토) 정철운 기자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2291
오늘날 뉴스 이용방식처럼 세대 간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도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4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연령대별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에서 60대 이상으로부터 7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압도적이다. 고무적인 건 2013년 61.4%에 비해 10%가량 증가한 수치란 점이다. 반면 20대의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에서 TV는 27.4%로, 60대에 비해 3분의 1수준이었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확산된 이동형 인터넷의 영향력 점유율은 37.4%로, 2013년 30.8%에 비해 7%가량 증가했다. 60대 이상의 이동형 인터넷 점유율은 4.9%에 불과했다.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은 스마트미디어 플랫폼의 성장과 세대별 뉴스이용 습관을 드러낸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60대 이상 뉴스수용자는 TV와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데 여전히 불편함이 없다. 더욱이 2012년부터 종합편성채널이 생기며 채널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40대는 TV를 놓지 않으면서도 스마트폰과 데스크톱(고정형 인터넷)을 일정수준 활용하고 있다. 20대는 TV보다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높은 유일한 세대다. 이들이 앞으로 미래의 미디어 소비를 주도하게 된다.
종이신문은 젊은 세대에게 이미 삭제된 플랫폼이다. 종이신문에 대한 미디어영향력 점유율의 경우 50대는 15.4%였지만, 20대는 3.9%에 불과했다. TV의 9분의 1수준이다. 같은 조사에서 20대의 소셜미디어 영향력은 6%로, 종이신문을 앞섰다. 온라인에서의 구독을 합친 결합열독률로 따지면 여전히 종이신문 콘텐츠가 위력 있다고 하지만, 이는 업계의 자기만족을 위한 수치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온라인에서 뉴스를 구독하며 바이라인(출처)을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 2014년 미디어 매일 이용률. ⓒ한국언론진흥재단 | ||
▲ 미디어별 뉴스이용추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중략>
책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원칙>(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은 “21세기 미디어 수용자는 뉴스를 보기 위해 단일창구에 의존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많은 선택지와 다양성을 제공한다. 뉴스 소비자가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고 지적했으나 “이는 적극적인 뉴스 수용층에게만 의미 있는 말이다”라고 전제한다. 작가 알랭드 보통은 그의 책 <뉴스의 시대>에서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무작위의, 쓸모없는, 짧은 뉴스들의 홍수다. 그것은 점차 사람들이 이슈에 대한 본질을 파고들고 싶지 않게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뉴스시대가 갖는 문제는 전 세계적이다.
파편화되고 편향적인 뉴스의 홍수시대, ‘업자’가 아니고선 뉴스의 맥락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별 하루 평균 뉴스 이용시간은 모바일을 제외하곤 감소세다. TV의 경우 2013년 56.5분에서 2014년 46.2분으로 1년 사이 10.3분이나 감소했다. 2014년 10개국 1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영국 로이터 디지털 뉴스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사용자 절반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뉴스가 너무 많은데 무얼 봐야할지 판단하기 어려워, 친구의 안목을 믿는 셈이다.
미디어 플랫폼이 다변화되고 SNS가 확산되면서 과거의 지배적인 플랫폼은 큰 의미가 없는 시대다. 어딘가에 접속하지 않아도 뉴스는 다양한 경로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뉴스의 질(Quality)이다. 김세은 교수는 “뉴스의 구독 행태가 다양해질수록 뉴스의 역할이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자 스스로 ‘나는 누구를 위해서 이 기사를 쓰고 있나’라는 물음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랭 드 보통은 “언론이 칭찬받아야 하는 부분은,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지적 편향을 통해 사실의 타당성을 가려내는 기술이다”라고 지적했다. 뉴스구독행태가 진화하며 등장한 다양한 미디어플랫폼이 역설적으로 빚어낸 ‘뉴스 없음’의 시대에서, 저널리스트가 꼭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2015년 BBC가 내놓은 <뉴스의 미래> 보고서의 주요 의제는 ‘뉴스 대 소음’(News vs Noise)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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