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부동산 시장...주택 수요자는 현명해져야 한다

배셰태 2015. 3. 20. 22:01

[세상읽기]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부동산시장

중앙일보 2015.03.20(금)김종윤 중앙SUNDAY 경제산업에디터

http://mnews.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ctg=mobile_A1&total_id=17395300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종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다. 거래는 느는데 가격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독특한 현상이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집을 사고판 횟수는 100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건을 넘었다. 열기는 올 들어서도 이어진다. 특히 전국 부동산 가격의 바로미터인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2월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매매 건수는 각각 1만2990건, 3만7502건이었다. 설날 연휴에도 불구하고 1년 전에 비해 비해 10.4% 및 4.3% 증가했다.

 

보통 거래량이 늘면 가격은 오른다. 거래가 없는데도 가격이 뛸 수는 없다. 이상한 건 활기 띠는 거래와 엇박자를 내는 가격 동향이다. 고개가 갸웃해진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2% 올랐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5%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조금 더 크지만 폭발적인 거래를 감안했을 때 이해가 안 되는 수치다.

 

이 비밀은 지역별·평형별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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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보다는 강북 지역에서, 아파트보다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넓은 집보다는 작은 집을 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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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투자 또는 투기 수요는 거의 사라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와 건설회사들은 성에 차지 않나 보다. 이들 눈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부동산 시장은 매력적이지 않다. 경기를 띄우려면 부동산만 한 게 없다. 화끈하게 달아올라야 투기꾼들이 몰린다. 아무리 개인이 이성과 상식을 갖췄다 하더라도 군중 속에서는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남들이 앞다퉈 탐욕을 좇으면 나만 불안해진다. 견디다 못해 나도 그 대열에 동참하면 이젠 나보다 더 ‘바보’를 찾는 게임으로 번진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에 집을 사 줄 바보를 찾아야 한몫 잡겠다는 내 욕망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건설회사가 자꾸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런 욕망을 교묘히 부추기는 수법이다. 한국은행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각종 대출 규제를 없애는 게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빚으로 만든 집’이라는 거품도 키운다. 여기에 떡고물을 얻어먹으려는 일부 언론의 맞장구도 요란하다. ‘서울 XX지역 호가 하루 만에 2000만원 뛰어’ ‘집주인들 내놓았던 매물 급히 거둬들여’ ‘꿈쩍 않던 YY지역 주택 거래 늘어…한 달 만에 계약률 90%’.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상당수가 도 넘은 호객행위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특징인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부동산 가격만 홀로 급등할 수는 없다. 인구 구조, 소득 수준, 주택 수급 상황 등을 따져보면 향후 부동산 가격은 인기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게 분명하다. 이런 뉴 노멀 시대에 정부가 시장에 기름을 붓는다고 불이 붙지도 않는다. 도리어 치명적인 자살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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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주택 수요자는 현명해져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르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현재 역대 최저치인 1.75% 기준금리를 책정한 한국은행도 Fed가 금리를 올리면 나 홀로 통화 완화책을 쓰기 어렵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언젠가는 기준금리 인상 모드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빚을 낼 때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자가 늘어도 버틸 수 있는지 잘 따져보는 것도 기본이다. 위험한 건 탐욕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무리한 투자(또는 투기)는 쪽박 차는 길이다. 바보 투기꾼은 늘 막차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