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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기술의 상향평준화...삼성전자의 '갤럭시', 내년이 불안하다

배셰태 2015. 3. 10. 12:08

[기자수첩] 삼성 갤럭시, 내년이 불안하다

조선일보 2015.03.10(화) 조귀동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5030903551&facebook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6였다. 개막 전날인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갤럭시S6 발표회에서 신종균 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임원들은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어조로 이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사용자 편의성 등을 강조했다. 6500명의 청중들은 제품력에 압도당하고 주요 장면마다 감탄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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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갤럭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경쟁 업체인 애플이 신제품 발표마다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만들었으면서도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 제품이라는 ‘내러티브(이야기 전개)’를 반복하는 것과도 대비되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그동안 다른 스마트폰을 쓰면서 느꼈던 부족한 점이나 아쉬운 점 등을 갤럭시S6가 어떻게 채워줄 수 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었다. 삼성전자가 왜 그러한 기능과 디자인을 채택했는지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좋은 기기’라는 메시지와 ‘가치있는 기기’라는 메시지의 차이는 크다. 발표에 나선 삼성전자 임원들은 성능의 탁월함과 디자인의 미려함을 갖춘 ‘좋은 기기’라는 메시지를 반복할 뿐이었다.

 

삼성전자가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스마트폰과 IT기기를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 ‘끊임없는 혁신(relentless innovation)’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지만, 삼성전자가 어떠한 가치를 갖고 IT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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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를 구글 등이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을 규정할 수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일부인 UX 정도에서만 통제권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제품 성능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갤럭시S6는 경쟁 제품이 따라가기 힘든 강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능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은 딱 그 성능 정도다. 경쟁업체가 갤럭시S 시리즈에 못지 않은 제품을 내놓으면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1만 달러짜리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소비자들의 열광을 이끌어 낼 수도 없다. 중국 업체들은 제품 판매량이 늘면 그만큼 고급 부품을 낮은 가격에 조달해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IT시장 특성을 활용하며 빠르게 삼성전자를 쫓아오고 있다. ‘갤럭시’의 내년이 불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