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마이너스 금리 시대, 예금을 하면 은행이 돈을 떼가고, 대출을 하면 얹어준다

배셰태 2015. 3. 1. 16:27

[기자 칼럼]‘마이너스 금리 시대’

2015.02.27(금) 박병률 기자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502272040235&code=990100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준다. 돈을 빌리면 이자를 낸다. 너무나도 당연한 금융의 원리다. 그런데 그 반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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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라고 들어보셨는지. ‘제로 금리’가 아니고, ‘마이너스 금리’다. 금리가 연 마이너스 3%라고 가정해보자. 100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1년 뒤 97만원만 돌려받는다. 반대로 100만원을 빌려가면 1년 뒤 3만원을 더 받는다. 즉 예금을 하면 은행이 돈을 떼가고, 대출을 하면 얹어준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스웨덴 중앙은행인 리스크방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0%에서 마이너스 0.1%로 낮췄다. 덴마크도 지난 5일 예치금리를 마이너스 0.75%로 낮췄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 비유로존국가다. 이들 나라가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춘 이유는 유로존에 맞서 돈을 더 풀기 위해서다.

 

또 다른 목적도 있다. 더 심해지는 침체에 맞서 경기부양을 위해서다. 돈을 더 맡기는 것은 필요없고, 제발 돈을 빌려가라는 소리다. 독일 일부 은행은 지난해 고액 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스위스 일부 은행은 지난달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매겼다. 아직은 대규모 예금과 대기업 자금에 한정된다지만 소액 예금에 적용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제 국채로도 옮겨가고 있다. 독일, 스웨덴, 덴마크 5년 만기 국채는 마이너스 금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를 해본들 손실이 날 가능성이 더 크니 투자자들은 돈을 그냥 갖고 있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돈을 갖고 있으면 잃어버릴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은행에 맡기는 것이다. 수수료를 좀 떼이더라도 말이다.

 

금융위원회의 고위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배워온 경제학 상식이 마구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근본적으로 돈을 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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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에 저물가가 닥쳤다. 여기에다 일제히 인구도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인류가 역사상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이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기존의 생각, 관념, 그리고 대책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도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한국은 더 어렵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국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지켜보면서 각종 대책을 마련해왔다. 그런데 더는 커닝을 할 해답지가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말 그대로 ‘지도에도 없는 길’을 찾아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도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했다. 30여년 전 미국 유학시절 시카고학파에게서 배운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펴는 데 그쳤다. 과연 최경환식 비정규직대책, 조세정책, 부동산정책으로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파고인데 말이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는 그것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