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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애플과 샤오미 등 중국업체 사이에 ‘중간지대’는 없다

배세태 2015. 2. 3. 11:35

스마트폰 시장, ‘중간지대’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 2015.02.03(화) Christopher Mins

http://kr.wsj.com/posts/2015/02/03/%ec%8a%a4%eb%a7%88%ed%8a%b8%ed%8f%b0-%ec%8b%9c%ec%9e%a5-%ec%a4%91%ea%b0%84%ec%a7%80%eb%8c%80%eb%8a%94-%ec%97%86%eb%8b%a4/?mod=WSJBlog

                                                                                             
                                                                                                       ASSOCIATED PRESS

레이쥔 샤오미 회장. 샤오미의 베스트셀러 ‘레드미’ 스마트폰은 인도에서 100달러에 팔리는데 인도의 일인당 연평균소득은 600달러다.

 

애플과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에겐 전성기가 찾아온 듯 하다. 이들 두 회사의 경쟁사들에겐 그렇지 못하지만 말이다.

 

지난 12월 샤오미는 4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IT 스타트업이 됐다. 애플은 지난주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수요와 팀 쿡 CEO의 안정적인 경영 등 갖가지 요인이 어우러졌다는 평이 나왔다.

 

그런데 샤오미와 애플이 이렇게 눈부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하나 간과된 것이 있는데, 바로 소득 불평등이다.

 

본문에 있는 표를 한번 보자. 애플과 샤오미,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를 나타내는 표인데 애플과 샤오미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들의 운이 어떻게 다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중간 가격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안드로이드폰 평균판매가 하락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스마트폰 부품값이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해지면서 샤오미, 쿨패드, 비보, 그 외 수많은 이름없는 중국 제조사들이 리브랜딩해 개도국 시장을 대상으로 내놓는 기기들이 스마트폰 가격을 계속 떨어트리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

샤오미야 말로 이런 게임의 명수라 할 수 있으며, 오직 온라인 유통망에서 소량으로만 판매하는 전략으로 가격을 최저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가 있다는 게 닉 스펜서 ABI리서치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샤오미는 강력한 마케팅 엔진 역할을 하는 방대한 유저 커뮤니티도 갖고 있다.) 경쟁사들이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장 최근 분기 모바일 부문 이익이 전년대비 62%나 곤두박질친 삼성전자는 샤오미처럼 저가 모델 판매에 치중하겠노라고 선언했다. 이와는 반대로 중국 모바일 대기업 화웨이는 고가 모델만 판매할 계획이다.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애플이 어떻게 불가능해 보였던 일(더 높아진 평균가에 더 많은 폰을 판매하는 것)을 해냈는지를 설명해주진 못한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상품은 오직 하나, 럭셔리 상품 뿐이다. 애플은 폐쇄적인 앱∙서비스 정책을 취해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차별화에 성공했고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안드로이드 기기보다 두 세 배 높은 가격을 물릴 수 있었다. 지난주 후룬보고서에 실린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애플은 루이비통이나 구찌, 샤넬보다도 선물로 인기있는 럭셔리 브랜드가 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성숙해감에 따라 다른 소비재 시장을 닮아가고 있다. 미국의 이원(two tier) 경제를 다룬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는 주택에서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제조사들이 미국 중산층의 몰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정리했는데, 고가 아니면 저가 정책을 편다는 내용이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점은, 스마트폰의 경우 세계 도처에서 판매되는 제품인 만큼 미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아시아 외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을 팔지도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부유층 증가가 애플이 만든 고가폰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산층 증가는 샤오미 같은 업체가 만든 저가폰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중산층’이란 본디 상대적인 개념이다. 2012년 ‘포린폴리시’지가 밝힌 바에 의하면 연소득이 3만4,000달러만 넘으면 세계 부유층 1%에 들 수 있다.

 

샤오미 제품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레드미’는 인도에서 단돈 100달러에 팔린다. 그러나 일인당 연평균소득 600달러인 인도에서 첫 휴대폰으로 100달러짜리 샤오미폰을 산다는 건 부자라는 얘기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해진’ 미국인과 ‘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진’ 개도국 시민 모두에게 어필한다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강조하듯 이들의 운명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아웃소싱과 자동화는 미국 중산층의 소득을 감소시킨 반면 세계 다른 지역 소득을 증가시켰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원자재화(commoditization)는 스마트폰 시장이 럭셔리와 그 나머지, 둘로 나눠져있었음을 강조하는 가격 추세로 이어졌다.

 

이 두 시장 간 이익의 분배는 고가폰과 저가폰 구매자 간 부의 분배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호레이스 데듀 애널리스트는 지난 분기에 애플이 모바일 시장 전체 이익의 90%를 독차지했다고 추산한다. 이와 유사하게 세계의 부자 10%가 세계 부의 87%를 독점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거시경제학적 추세가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하나, 애플이 럭셔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성장은 아니더라도 매출은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 중인 아이폰 수가 3억5,000만 대라고 추산한다. 애플이 이미 세계 인구의 약 5%를 확보했다는 얘기다.

 

또 하나는, 안드로이드폰의 평균판매가가 계속 떨어질 거란 점이다.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최저가격에 최대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희소식이라면 저렴하면서도 쓸만한 샤오미 스마트폰의 구매자인 세계 인구 수억 명이 꼭 가난해서 샤오미폰을 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