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21세기 벤처, 20세기 금융...벤처금융도 '벤처 정신' 필요

배셰태 2014. 11. 22. 18:24

[새 성장동력이 꿈틀댄다]

벤처금융도 '벤처 정신' 필요… 리스크 감수하고, 선택과 집중해야

조선일보 2014.11.22(토) 최규민 기자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4112200286

 

[5] 21세기 벤처, 20세기 금융

 

-벤처펀드 대부분이 정부 자금 지원 끊길까 리스크는 회피… 해외서 자금 유치하는 선진국 '高위험·高수익'에 과감히 투자

 

-정부 지원금 2배로 늘었지만… 질 좋은 기업에 집중하기보다 고만고만한 회사에 나눠주기式 창업 2~3년차는 지원 끊기기도

 

<중략>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 정책 덕분에 벤처업계는 유례없는 '돈 풍년'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많은 벤처기업은 '풍요 속 빈곤'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잔액은 2010년 2조1010억원에서 올해 4조6625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신생 벤처기업에 지원되고, 창업 2~3년 차 이후 기업들은 소외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창업을 위한 시드 머니(seed money)는 쉽게 지원해주지만, 운영 자금이 훨씬 많이 소요되는 2~3년 차 때는 매출 기준으로만 지원 여부를 결정해 자금 지원이 끊기는 일이 잦다. 정부 지원 자금도 '골고루 나눠주기'식으로 배분돼 '고위험·고수익형'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벤처기업은 첨단을 달리는데, 벤처 금융은 20세기식 관치(官治)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벤처(모험) 없는 벤처금융

 

<중략>

 

반면 창업 선진국들은 고위험 투자를 하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벤처에 투자한다. 1990년대 창업 열풍을 일으킨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는 정부 자금 40%, 해외 자금 60%를 매칭해 출범시켜 성공했다. 정부는 은행 등 금융회사를 통해 벤처기업의 기술만 보고 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을 활성화하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고위험 투자를 꺼리는 은행의 속성상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좀비 벤처·이력 쌓기용 창업 많아

 

정부 지원 자금도 '선택과 집중'보다는 '나눠주기식'으로 집행돼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중략>

 

한편에서는 '이지 머니(easy mo- ney)'를 노린 '좀비 벤처'와 '스펙용 창업'도 판친다. 한 정부기관 창업 부서에서 일하는 이모씨는 한 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나갔다 깜짝 놀랐다. 3개월 전 다른 대회에서 우승하고 수백만원을 타간 20대 초반 대학생이 다시 똑같은 창업 아이템으로 대회에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비슷한 아이디어로 창업경진대회를 돌아다니는 '상금 사냥꾼'을 가려내는 일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벤처에 대한 자금 공급이 양보다는 질 위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 조덕희 중소·벤처기업연구실장은 "무조건 창업 기업에 정부 돈을 퍼붓기보다는 질 좋은 벤처기업을 육성해 민간의 투자가 뒤따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