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한 삶 견뎠건만… 아파트 경비원 덮친 해고 한파
국민일보 2014.11.22(토) 임지훈 박세환 기자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2&sid2=257&oid=005&aid=0000707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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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경비원 장모(67)씨는 최근 관리사무소에서 ‘계약해지 예고통보서’를 받았다. 연말까지만 일하고 나가라는 거였다.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맺어왔는데 이런 통보서를 받기는 처음이다. 계약 만료까지 두 달 안에 다른 일자리를 찾으려니 막막하다고 했다. 장씨는 21일 “내년부터 경비원 임금이 오르게 돼 인원을 줄인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설마 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통보서는 이 아파트 경비원 60여명에게 모두 전달됐다. 일단 경비원 전원에게 계약해지를 ‘예고’한 뒤 실제 계약이 해지될 사람은 따로 통지한다고 했다. 이렇게 하는 건 일부만 특정해 해지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게 됐다.
곧 ‘살생부’를 받게 된 경비원들은 열악한 근무여건을 따질 수조차 없다. 휴게실도 없는 1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쉬는 시간에도 순찰을 돌거나 뭔가 일을 했다. 요즘은 아무리 치워도 쌓이는 낙엽과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얼마 전부터 인원을 줄이지 않는 대신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인건비를 동결시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돈다. 쫓겨나도 걱정이지만, 그렇게 돼서 살아남아도 걱정이다.
비인격적 대우에 분신 사건까지 발생한 아파트 경비원들이 이번엔 대규모 ‘해고 한파’에 내몰리고 있다. 내년부터 경비원 등 감시·단속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의 100%를 지불토록 한 최저임금법이 불씨가 됐다. 그동안 경비원 보수는 최저임금의 90% 선에 그쳤다. 인건비가 늘게 되자 아파트단지와 용역업체마다 경비원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말이면 전국에서 4만명이 해고 통지를 받게 되리란 전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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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비원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2007년부터 이들을 최저임금법 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임금 인상에 따른 갑작스러운 해고를 우려해 최저임금 적용률을 2007년 70%, 2008년 80%, 2012년 90% 등 단계적으로 올려 왔다. 내년부터는 100%가 적용된다. 2011년 말 최저임금 적용률이 90%로 높아질 때도 전체 아파트 경비원 중 10% 이상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에서만 3만5000명에 이르는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는 열악하다. 임금은 ‘기본급+심야수당+기타수당’으로 구성돼 있다. 주당 실제 근로시간이 40시간을 훌쩍 넘겨 평균 60시간에 이르지만 초과근무수당은 없다. 근무시간이 제각각이란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무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심야근로(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수당은 기본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기타수당은 월 2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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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석건호 실장은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비원 약 4만명이 해고 통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대다수가 취업할 곳이 없는 취약계층이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고용노동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퇴직 후에나 노인이 돼서 일할 수 있는 생애 마지막 직장으로 불린다”며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는 경비원에 대한 집단해고는 방치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부, 노동단체,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댈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입주민을 설득하고 아파트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 실태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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