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각파도 한국경제 활로는 없는가
화광신문 2014.11.21(금) 김원태 칼럼니스트 / 前중앙일보 경제에디터
경기가 살아나는 듯 하더니 ‘반짝회복’에 그치고 있는 모양이다. 급등했던 주가는 도로 주저앉았고 오름세를 타던 주택경기도 주춤하다. 전월세만 천정부지로 치솟아 ‘하우스 푸어’와 서민들은 2중고를 겪고 있다. 수천만원씩 급등하는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면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대출 받아 전세를 옮겼는데 건강보험료가 턱없이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렇다고 집을 장만하면 건강보험료가 더 뛴다. 근로자들은 월급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를 내지만 자영업자, 실직자, 은퇴자들은 ‘전세건강보험료’에 직격탄을 맞는다.
‘건강한 삶’의 기초가 의식주인데 주거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서민이 너무 많다. 전월세로 사는 취약계층들의 애환은 직접 당하지 않고서는 실감이 나지않는다. 최근 아들이 결혼 날짜를 잡았다. 신혼살림을 할 전셋집을 구하느라 이곳 저곳 발품을 팔고 있다. 2억원짜리 이하 전세는 서울 시내에서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경기도내 역세권도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 전세대출로 모자라 이자가 비싼 신용대출까지 받아야할 처지다. 태어나 처음 구축한 ‘가정’을 빚더미에 짓눌리면서 시작해야 한다. 그 멍에가 신혼부부에게는 운신의 폭을 좁힌다.
우리경제는 언제쯤 나아지려나. 앞이 안보인다. 세계 각국은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전투구(泥田鬪狗)식 총력전에 돌입했다. 미국이 양적완화(통화 풀기) 종료를 선언하자마자 유럽과 일본은 경쟁적으로 돈을 풀 요량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전면적 양적완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ECB가 유럽경제를 살리기 위해 1조유로(약 1355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일본은행(BOJ)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한 발 앞서 10조엔(약 95조원) 이상의 양적완화를 선언했다. 각국간에 통화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그동안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금융공황을 이겨냈고 실물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주택시장이 무너지면서 가계가 연쇄적으로 파산할 위기에 봉착하자 환부의 근저에 돈을 살포했다. 풀린 돈이 금융시장의 투기성을 부추기고 소득 불균형을 일으킨 부작용은 있지만 결국은 미국경제를 살려낸 긍정효과에 대해 이의를 달지 못한다.
양적완화를 끝낸 미국은 이제 셰일가스 혁명과 ‘제조업 살리기’를 앞세워 경제부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실업률이 내려가고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 국내총생산 감소 등으로 동력을 상실한 ‘아베노믹스’에 다시 한번 캄플 주사를 놓겠다는 의지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겨냥하고 수출에 드라이브를 건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비판에도 아베정부는 “일단 돈이 돌아야 한다” 며 요지부동이다.
중국은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에서 한국을 턱 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전자산업에서도 추격에 속도가 붙었다. 저가폰으로 무장한 중국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에게 어닝쇼크(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를 안겨줄 정도다. 한중 FTA 타결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한국은 미국의 슈퍼달러, 일본의 초엔저, 중국의 저가공세 등 3각 파도를 맞고 있는 형세다. ‘창조경제’와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충리의 경기부양책)’로는 역부족이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 맞대응하자니 1000조원이 훌쩍 넘어버린 가계부채가 뇌관이다. 3각파도를 이기려면 단기 부양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창업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은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조달한다. 한계 상황에 봉착한 자영업자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자본이 빠져나갈 구멍은 많지 않다.
정작 위기는 잇단 부양책에 경기가 별반 나아지지 않는데도 ‘생활고’에 무뎌지는 군중심리에 있다. 90년대부터 20년간 일본이 겪었던 극장화(劇場化)를 답습하고 있지않나 하는 우려다. 진행중인 경제위기를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듯 남의 일처럼 여긴다는 의미다. 정치권도 정쟁을 일삼고 표밭에만 신경 쓰다보니 나라전체를 생각하기 보단 정파이익에 몰두하게 된다. 전시성 대책이나 냉탕온탕의 백화점식 정책에 안주한다.
한국경제는 지난 50여 년 동안 압축성장을 통해 오늘의 위상을 쌓았다. 앞으로 50년 동안 겪게될 변화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어두운 요인이 많이 깔려있다. 노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성장 정체와 분배의 악화 등이 대표적이다. 50년 후에는 인구절반이 60세가 넘는 역피라미드 형태로 바뀐다. 압축성장기에서 압축후퇴기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50년간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다. 어쩌면 건국 이후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단기 경제부양책을 내놓을 때 미래의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현재의 위기를 냉엄하게 인지시키고 강한 추진력을 통해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한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기업가 정신과 노동의욕을 함께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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