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한·중 FTA] '아시아로 회귀' 미국에 맞설 중국...만방래조(萬邦來朝)

배셰태 2014. 11. 20. 18:03

[부일시론] 산은 강을 넘지 못하네

부산일보 2014.11.20(목)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http://m.busan.com/m/News/view.jsp?newsId=20141120000141

 

<중략>

 

"5천조 원(4조 7천억 달러) 중국 내수시장의 빗장이 풀렸다."지난 10일 한·중 FTA가 타결되자 한 경제신문은 그 사실을 이렇게 보도했다. 소문난 잔치다. 아직 협정의 구체적 타결상황(특히 관세 양허표)도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한국의 경제계는 환영 일색이다. 중국에서의 한국기업 미래를 낙관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로 회귀' 미국에 맞설 중국

 

중국은 한때 기회의 땅이었다. 수많은 한국 기업이 몰려갔다. 하지만 지금은 높아만 가는 인건비 때문에 자꾸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은 2010년 외자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혜택을 철폐하고, 2011년에는 근로자 사회보장 면제 혜택도 없앴다. 중국의 '인진라이(引進來: 외자유치)'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국에서 한국기업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앞으로 직면하게 될 중국은 과연 어느 쪽일까?

 

아시아로의 회귀 (Pivot to Asia).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경제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돌릴 것을 선언했다. APEC 21개국의 GDP는 전 세계의 55%에 달하고, 무역액은 전 세계의 44%에 이르고 있어(2012년 기준) 미국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서, 미국에 버금가는 중국이 아시아에 있다는 것이다.

 

만방래조(萬邦來朝). 세상의 모든 곳에서 (중국으로 와)조공을 바친다. APEC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12일, 중국 인민일보(인터넷판)는 21개 APEC 회원국 정상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동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중국 내에서도 비판이 뒤따르지만, 호주머니에 든 송곳을 감추지 못하듯, 무의식에 자리한 중국 중심 사상을 종내 감추기는 어렵다.

 

'아시아로의 회귀'에 만방래조라. 아시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결과는 예측가능하지 않은가? 떠오르는 해와 중천에 떠 있는 해. 그래서 지난 9월 20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은 사뭇 시사적이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세계 제1의 유통공룡인 월마트를 추월했다. 마윈 CEO의 말이 인상적이다."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경제의 성공이자, 인터넷의 성공, 중소기업의 성공이다." 다른 무엇보다 '중국의 성공'이 눈에 띈다. 중국 기업이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뉴욕에서 제대로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를 두고 겨루는 이 싸움에 한국은 작은 산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장강(長江) 때문에 한국이라는 작은 산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장강을 뛰어넘을 길은 스스로 내부를 다지고, 중국이 갖지 못한 것을 더 만들어내고, 중국과 미국 혹은 일본까지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태산(泰山)이 되는 것이다.

 

북한을 우리 내수시장으로 삼아야

 

그래서 미안하지만,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산업에서는 쿨하게 손을 털고 일어나자. 대신 첨단, 디지털, 소프트한 산업에서는 절대 양보하지 말자. 그리고 작은 것을 내어주더라도 더 큰 것을 바라자.

 

<중략>

 

아무리 생각해도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한다. 하지만, 그 산이 빼어난 산이라면 달리 말할 수밖에 없다.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지만, 장강은 태산을 따라 흐르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