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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경제학] 구글은 경쟁하지 않았다

배셰태 2014. 9. 18. 05:46
독점의 경제학 (1) 구글은 경쟁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 2014 09.16(화) By PETER THIEL

Javier Jaén
기업이 매일매일의 치열한 생존 투쟁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바로 독점이윤이다

 

당신의 회사는 회사 가치를 올리지 않은 채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가치 창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창출된 가치 중 일부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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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는 서로 경쟁하지만 구글은 혼자다. 경제학자들은 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단순한 모델 2개를 사용한다. 바로 완전경쟁과 독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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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경쟁’은 경제학 원론에서 이상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상태로 간주한다. 완전히 경쟁적인 시장은 생산자의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와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을 이룬다. 경쟁시장에 참여한 모든 기업은 차별화되지 않으며 모두 동일한 제품을 판매한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회사가 없기 때문에 모두 시장이 결정하는 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한다. 돈을 벌 여지가 있다면 새로운 회사들이 시장에 진입해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해 애초에 그들이 이끌렸던 수익이 없어지게 된다. 너무 많은 회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손해를 입으면서 몇몇은 사업을 접고 가격은 다시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전경쟁시장에서 경제적 수익을 내는 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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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경쟁의 반대는 독점이다. 완전경쟁시장의 기업은 시장가격에 제품을 팔아야 하지만 독점기업은 혼자만의 시장을 가졌기 때문에 가격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경쟁이 없으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생산량과 가격의 조합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교활하게 경쟁사를 없애든,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든, 혁신으로 정상에 오르든, 경제학자에게 모든 독점은 동일해 보인다. 나는 불법을 일삼는 악독 기업이나 정부의 편애를 받는 기업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자기 일을 너무나 잘하는 나머지 다른 회사들이 비슷한 대체재를 제공할 수 없는 회사를 두고 독점기업이라고 부른다. 그런 면에서 구글은 좋은 예다. 구글은 2000년대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야후와 확실히 거리를 두면서 검색업계에서 경쟁을 한 적이 없다.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화화하며 경쟁 덕분에 사회주의적 빈곤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지만 완전경쟁에서는 모든 수익이 경쟁으로 사라진다. 기업가들을 위한 교훈은 분명하다.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고 확보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상품으로 사업하지 말라.

 

전 세계 시장 중 어느 정도가 독점시장일까? 진정한 경쟁시장은 얼마나 될까? 여기에 답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흔히 나누는 우리들의 대화는 혼란스러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외부 관찰자에게는 모든 기업이 비슷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 작은 차이점만 인지하기가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양분된다. 완전경쟁과 독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한쪽 극단에 가깝다.

 

위의 혼란은 시장 상황을 자기 편한 대로 설명하는 보편적 편향 때문에 일어난다. 독점기업과 경쟁기업 모두 진실을 왜곡함으로써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독점기업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이들은 자신의 독점을 떠벌리면 감사, 조사를 받거나 공격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독점으로 얻는 이익이 방해받지 않고 계속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독점을 숨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경쟁사의 힘을 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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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자기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떠올려 보라. 구글은 자신이 독점기업이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이 정말 독점기업일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 독점기업인가? 구글을 검색엔진이라고 생각해 보자. 2014년 5월 현재 구글은 검색 시장의 6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는 각각 19%, 10% 가량을 차지한다.) 이것이 지배적인 점유율로 보이지 않는다면 ‘구글(google)’이라는 단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동사로서 정식 등재됐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빙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구글이 광고회사라고 해보자. 그러면 상황이 바뀐다. 미국 검색엔진 광고시장은 연 170억 달러 규모다. 온라인 광고는 연 370억 달러 규모다. 미국 전체 광고시장은 1,500달러다. 전 세계 광고 시장은 4,950억 달러 정도다. 따라서 구글이 미국 검색엔진 광고를 완전히 독점한다고 해도 전 세계 광고시장에서 3.4%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이다. 이 각도에서 보면 구글은 경쟁시장에서 소규모 참가자처럼 보인다.

 

구글을 다면적인 IT 기업으로 보면 어떨까? 이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접근법처럼 보인다. 구글은 검색엔진 말고도 소프트웨어 제품 수십 개를 만들 뿐만 아니라 로봇 자동차, 안드로이드 휴대폰, 웨어러블 컴퓨터도 만든다. 하지만 구글 매출의 95%는 검색 광고에서 나온다. 다른 제품들은 2012년에 겨우 23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였을 뿐이며, 소비자 IT 제품은 아주 미미한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 소비자 IT 제품 시장은 9,640억 달러이기 때문에 구글은 그중 0.24% 이하를 차지하는 셈이다. 독점은커녕 의미있는 숫자조차 되지 못한다. 구글은 자신을 여러 IT 기업 중 하나로 포장함으로써 원치 않는 모든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