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2014.08.22(금) 김종명 주필
<중략>
영화 '명량' 돌풍을 계기로 역사 관련 서적 몇 권의 먼지를 털었다. 이순신 장군, '성웅(聖雄)'의 리더십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정치상과 폐망기를 다시 들춰 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물론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지만 내 나름대로 역사 상식 재충전이자 '기억 새로 고치기'인 셈이다. 이번 역사 공부(?)에서는 독도에 마음이 쏠렸다. 독도 문제는 여전히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진행형 현안인 데다 관련 보도까지 줄을 잇고 있어 그렇다.
1897년 10월 12일 조선에서 국호를 바꾼 대한제국이 불과 13년 만에 나라를 빼앗기게 된 결정적 사건이 러·일전쟁이었다. 일본은 러·일전쟁 와중에 대한제국의 땅 독도를 강탈했다.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다케시마'란 이름으로 자국 영토에 편입시킨 일본은, 그해 8월 그곳에 군사용 망루를 비롯한 무선전신기지를 세워 러시아 함대를 감시했다. 일본의 대한제국 강제합병(1910년 8월 29일)은 사실상 1905년 11월 17일의 을사늑약(乙巳勒約)에서 시작되었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일제의 독도 강탈을 한·일 강제합병의 전주곡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웃 나라의 '온전한 땅'(여기서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을 일방적으로 '내 땅'이라 선언한, 제국주의시대 열강의 전형적인 약소국 침탈이었다.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 임진왜란과 같은 맥락
상생 위한 관계 정상화 묘책 찾되 국력 키워야
오늘날 일본은 독도 외교전을 노골화하고 있다. 방위성은 2014년도판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10년째 담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란 영어홍보영상물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려놓고 대한민국과 '독도 사이버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독도와 가까운 시마네 현 오키 제도에 자위대 기지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자위대 창설 목적이 독도와 대마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료가 발견된 터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오는 10월 말 사회과 교육 주관 공무원들을 시마네 현으로 불러 독도 영유권 등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들이다.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는 그제 한 세미나에서 "일본에는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자랑스러운 국가를 만들려는 정치인들이 있다"며 아베 정권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독도 영유권 주장, 역사 인식 수정,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모두가 과거사 부정 작태이다. 이 같은 망동들은 일본 경제의 침체 시기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를 결속시키는 정치수법이다.
임진왜란의 배경 역시 '밖으로 싸우고 안으로 뭉치기'였다. 임진왜란 발발 당시 선조의 조선은 1392년 개국 이후 200년 동안 이렇다 할 전쟁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국방에 소홀했었다. 반면 일본은 전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통일을 이뤘으며, 상업도시가 발전하여 신흥세력이 힘을 키우던 때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통일 내전서 얻은 전쟁 수행능력을 효과적으로 소비하고 상업도시를 기반으로 한 신흥세력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으로 조선과의 전쟁을 획책했던 것이다. 도요토미의 그 음흉한 계략과 광기 띤 호전성은 300년 후의 대한제국 침탈, 또 그로부터 100년 후 일본 극우정권의 과거사 부정과 영토 억지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독도 침탈이 일제의 대한제국 침탈 신호탄이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우리가 독도를 오롯이 지켜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 소설가 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크고 또 확실한 적들은 늘 보이지 않은 저 편으로부터 몰려왔다'고 했다. 작금의 정세에 비춰 봐도 의미심장하다. 독도 문제가 상존하는 한 내 마음속 임진왜란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처럼 일본과 냉랭한 관계를 지속하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관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웃의 두 나라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묘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1910년 국치일 당시 서구열강은 일본에 박수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부강한 나라가 돼야 한다. 우리 국력이 저들과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다면, 오늘과 같은 분한 마음도 덜할 것 같다. '명량' 관객 수 2천만 명을 향하는 대한민국. '이순신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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