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미국·유럽, 이미 소셜 커머스 시대를 지나 큐레이션 커머스 시대 도래

배셰태 2014. 5. 29. 18:20

소비자 끌어당기는 '큐레이션 커머스'_전문가 추천으로 신뢰도 'UP', 쇼핑 시간 ‘DOWN’...

이코노믹조선 2014.05.20(화)

요즘 유통가에 ‘큐레이션 커머스’ 바람이 불고 있다. 소셜 커머스가 신 유통 트렌드로 떠오른 지 4년 만이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지닌 제품을 전문가가 골라서 소비자에게 추천해주는 전자상거래를 의미한다. 전문성이 보장된 제품을 별다른 노력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회원 수를 늘려가고 있는 미미박스는 대표적인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예술작품을 수집·엄선해 대중들에게 소개하듯, 경제성과 실용성이 높은 제품을 전문가가 엄선해 소비자에게 내놓는 유통 방식을 의미한다. 오픈마켓처럼 소비자가 수만 가지의 제품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아닌 판매자가 소비자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을 선별해서 보여준다. 이를 반영해 오픈마켓의 경우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검색창에 제품을 검색하도록 구성돼 있는 반면, 큐레이션 커머스 쇼핑몰 홈페이지는 추천 제품의 이미지와 이름, 가격이 주를 이뤄 구성돼 있다. 수만 가지의 제품들 중 선별한 제품만을 잘 포장해 전시해놓은 듯한 모습이다.

미미박스와 같이 매월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섭스크립션 커머스’(제품 정기구독 서비스)라고 한다. 잡지를 정기구독하듯 특정 분야의 상품을 정기구독 형식으로 매달 받아본다는 의미다. 구독자로부터 일정 구독료를 받고 상품 박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상품 박스는 구독자가 가입 시 작성한 프로필을 기반으로 선별된 제품이거나 매월 바뀌는 테마에 따라 구성된다. 강현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섭스크립션 커머스의 주 고객층은 ‘특별한 노력이나 시간 투자 없이 누군가 나를 위해 꽤 괜찮은 제품을 골라 내 집 앞까지 가져다준다’는 것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부터 국내에 등장한 큐레이션 커머스는 점점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며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에 이은 유통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형민 비전컴퍼니 대표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역사는 ‘커머스 1.0’을 시작으로 현재 ‘커머스 3.0’ 시대에 이르렀다”며 “커머스 1.0은 오픈마켓인 G마켓, 인터파크, 11번가, 옥션 등이며, 커머스 2.0은 최저가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소셜 커머스’를 일컫는다. 섭스크립션 커머스를 포함한 큐레이션 커머스가 커머스 3.0 시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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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이미 큐레이션 커머스 시대 도래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소셜 커머스 바람을 불러일으킨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소셜 커머스 시대를 지나 큐레이션 커머스 시대를 맞고 있다. 소셜 커머스의 대표 주자인 미국 ‘그루폰’과 ‘리빙소셜’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팬시(FANCY)나 와니로(WANELO), 위시(WISH), 팹(FAB), 습프리(SVPPLY) 등과 같은 ‘큐레이션 커머스’ 쇼핑몰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강 연구원은 “물품 구입에 있어서 믿을 만한 사람의 조언이나 추천을 바탕으로 내 상황과 취향에 딱 맞는 맞춤화 소비를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해외의 시장 흐름을 이어받아 국내 다양한 큐레이션 커머스 업체들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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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커머스 위기 속 큐레이션 커머스는 성장세

국내 개별 업체들이 각 전문 분야에서 큐레이션 커머스를 제공하며 성장하고 있는 사이 기존 오픈마켓들도 ‘큐레이션 커머스’ 서비스를 주목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부터 큐레이션 쇼핑몰인 ‘G9’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뷰티, 푸드·리빙, 유아동, 가전·디지털 등 7개 품목을 카테고리 메뉴로 구성하고 하루 150여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11번가 역시 큐레이션 쇼핑몰인 ‘쇼킹딜’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모바일 쇼핑객들을 잡기 위해 쇼킹딜 앱도 론칭했다. 옥션 역시 큐레이션 커머스인 ‘올킬’을 운영한다. 이처럼 커머스 1.0 시대를 이끈 오픈마켓 역시 ‘큐레이션 커머스’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우 소셜 커머스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가 엄선한 제품이라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둔 구성이 많기 때문이다.

큐레이션 커머스 업체들은 선전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국내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셜 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지난해 매출은 1148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 규모가 707억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매출이 785억원으로 성장했지만 36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소셜 커머스 시대는 왜 이렇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티몬과 위메프, 쿠팡 등 대표적인 소셜 커머스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광고 등 마케팅에 수백억원대의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형민 비전컴퍼니 대표는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가격만을 무기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다”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은 물론이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원한다. 소셜 커머스에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너무 낮은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질이 낮은 제품을 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큐레이션 커머스’는 ‘최저가 패러다임’을 추구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제품을 발굴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유민주 헤이브레드 대표는 창업 초기 “저렴한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 또 다른 소비층이 분명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품질을 믿을 수 있는 제품’, ‘차원이 다른 제품’을 원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큐레이션 커머스 쇼핑몰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큐레이션 커머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섭스크립션 커머스의 경우 타깃 소비자가 명확하게 그룹화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범위가 축소된다. 제품이 섭스크립션 커머스의 상품 상자에 포함되면 별도의 비용 없이 타깃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구독은 기업의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진다. 구독을 통해 발생하는 지속적인 매출로 향후 수요가 예측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섭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는 구독이 끊이지 않도록 계속해서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며 피드백을 받아 해당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한다. 미미박스의 경우 제휴 브랜드의 화장품을 무료로 받아오는 대신 구독자의 피드백과 연령, 지역, 피부타입 등의 데이터가 담긴 보고서를 제휴사에 보내준다. 이를 통해 기업이 장기적인 전략을 짜도록 하는 등 윈윈(win-win) 구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기업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 보니 큐레이션 커머스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업체인 A사는 올해 큐레이션 커머스 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큐레이션 커머스가 소셜 커머스를 위협하는 새로운 유통 트렌드가 될지, 서로 상생하며 더 강력한 온라인 유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