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라
출판의 개념은 지금까지 신문, 잡지, 책 등의 전통적인 미디어와 함께 해오면서 역사적으로 정립된 것입니다. 공중에게 전달하기전에 출판사, 논문집, 신문사에서 내용을 검열·편집하고 충분히 다듬어서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후에 독자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출판은 태생적으로 '공개할 만한'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블로그에서 글 하나를 공개할 때도 '퍼블리싱' 버튼만 누르면 끝입니다.사전적으로도 출판은 '공중에게 콘텐츠를 공개하는 모든 행위'로 정의되어 있습니다.사진을 찍어서 누구에게 공개할 것인지 선택하고 실시간으로 전달하기도 합니다.이것은 출판이 아닌가?
미디어 시장이 진화하면서 출판의 쟁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생일대의 이벤트였던 출판이 일상화되고 습관화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출판의 역할과 가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인지할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만약 책 전체를 웹에 올리지 않고 한 장(章)만 공개했다면 이것은 출판이 아닌가? 전통적으로 책이 될려면 어느 정도 두께의 페이지가 필요했고(유네스코에서는 49쪽으로 규정), 책이란 홍보물을 제외하고 서점 등의 채널을 통해 배포되는 것을 일컬러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2쪽짜리 전자책도 출판되고 있을 뿐 아니라 웹북 형태에서는 아예 페이지 개념이 없습니다. 심지어 장(章) 하나만 무료로 웹에서 공개한다면, 그것은 출판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자신의 콘텐츠를 각종 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는 행위가 출판이라면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이 없고 심지어 소셜 미디어에서도 출판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도, 얼마나 깊이 있고 길이가 긴 스토리인지도 상관이 없습니다.콘텐츠를 공개할만한 미디어가 희귀할 때는 '공개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프로세스도 엄격하고 보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도 많고 공개할 미디어도 수없이 많아졌으며 무엇보다 누구든지 접근 가능해졌습니다. 출판사와 편집자를 통하지 않고도, 나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생각을, 일상을 기록하고 공개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출판의 연속입니다. 지금 무엇을 보는지, 먹는지, 생각하는지, 이 모든 것이 공개할 거리가 되었습니다.즉 출판은 대단한 인지적 행위가 아니라 직관적이고 충동적인 콘텐츠까지 포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의 체험과 생각을 공개하는 행위가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사회적으로 나를 존재하게 하는 수단입니다.
여기서 출판은 반드시 여러분이 혼자서 창조적으로 작성한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리트위하고, 공유하고 싶은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행위 등이 여러분의 네트워크에 공개된다면, 이것도 모두 출판의 범주에 속합니다.작성하고 인용하고 좋아하고 댓글을 다는 모든 행위가 반복되고 연결된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일대기를 적은 장편소설이 될 것입니다. 한 번에 출판한 자서전에 아닐 뿐입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여러 콘텐츠를 모으는 '큐레이션'도 출판입니다. 남이 생성한 글을 여러 개 모아서 보여주는 것은 최초 창작물과 '글쓰기 방법'만 다를 뿐이지 출판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습니다.그뿐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검색 기록을 구글이 콘텐츠 필터링에 사용하고 있다면(그래서 검색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여러분의 검색 기록을 담은 단 한 줄의 메타 데이터도 결국 간접적으로 출판의 일부가 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출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출판이란 더 이상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거나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필수가 되어버린 소통 수단이고 존재 방식입니다.문득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서 한 장의 사진과 친구의 생각 한 줄이 여러분의 시선을 붙들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성공한 출판물이고 성공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출처 : 윤지영,《오가닉 미디어》21세기북스...일부 발췌 각색
http://blog.daum.net/bstaebst/11803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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