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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비밀은 IT가 아니라 '문화

배셰태 2014. 3. 24. 05:24
실리콘밸리의 비밀은 IT가 아니라 문화

머니투데이 2014.03.19(수)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인터뷰

 

<중략>

 

“하청(下請), 갑을(甲乙), 산하(傘下), 이런 말을 익숙하게 쓰는 문화에서 실리콘밸리 같은 곳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IT밸리 같은 건물 짓는다고, 창업자금 지원한다고 실리콘밸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지역을 일컫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물보다 그 안에 들어갈 문화, 자본회전보다 사람들간 관계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권중헌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은창조경제라는 목표는 정말 중요하지만, 실현방법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무역관은 실리콘밸리를 찾는 한국인들이 꼭 한번씩 들르는 곳. 지난해에만 5400여명이 방문했다. 실리콘밸리내 웬만한 한국관련 IT모임은 이곳에서 열린다. 실리콘밸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한국인 가운데 한명인 그로부터 실리콘밸리를 혁신허브로 만든 비밀인 그 문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권 관장은 “실리콘밸리가 세계적인 IT허브, 혁신허브가 된 핵심은 이질적인 것들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상호작용과 협업"이라면서 "그런데 한국은 이 1번부터 막혀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비결은 인재나 자본과 같은 재료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런 재료들을 어떻게 배합하는가라는 레시피, 즉 문화의 경쟁력인데 한국에는 여전히 배타적인 문화가 지배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서도 독특한 실리콘밸리 문화의 생성배경을 서부개척시대 경험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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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관장은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엔지니어링하듯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부가 설계하고, 자금을 집행하고, 창업 숫자를 목표로 하고, 그래서 어느 순간 실리콘밸리 같은 곳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업 숫자를 늘리기 위한 정책위주로 간다면 오히려 미궁으로 빠질 수 있고, 또한 정책이나 자금을 너무 잘게 쪼개버리면 시너지를 발휘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창조경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플레이그라운드와 룰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방향성과 목표스케줄까지 정부가 만들 수는 없다”면서 “사람들간 연결이 일어나는 토대를 만들어주면 그 다음 단계의 진화는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