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철강·정유…장치산업의 위기 "공장만 지으면 돈 버는 시대 끝"

배셰태 2014. 3. 19. 10:16
철강·정유장치산업위기 "공장만 지으면 돈 버는 시대 끝"

한국경제 2014.03.17(화)


재계에서는 한때 “포스코의 사업 모델이 삼성전자보다 낫다”는 말이 있었다. 신제품 개발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포스코는 용광로(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 철을 만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정만 반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한 장치산업은 2000년대 들어 큰 호황을 누렸다. 중국 등 세계 경제의 성장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서더니 이제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대표적 장치산업인 철강·정유·시멘트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격화에 장치산업 직격탄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08년 14.9%를 기록한 철강업종의 영업이익률은 매년 하락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5.4%를 기록했다. 100원어치를 팔면 15원 남던 것이 이제는 5원밖에 못 번다는 얘기다. 대표 기업인 포스코의 영업이익률도 2008년 17.2%에서 지난해 4.8%로 급락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경기 부진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공급이 넘쳐나고 가격이 떨어진 것이 직격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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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새 먹거리 찾기 강화될 듯

 

업종 전문가들은 장치산업에서 상당 기간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새 먹거리 찾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9년 2월 취임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모색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적 악화와 부채비율 상승이었다. 권오준 신임 회장이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것은 철강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국제강의 포항 후판공장 폐쇄와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매각 추진 등은 철강업종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신사업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나 정보전자소재 등에 힘을 쏟을 태세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소재 제조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멘트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가 강원 삼척시에서 화력발전소 사업을 추진했지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진척이 불투명해졌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굴뚝(장치)산업에서도 얼마든지 고부가가치 혁신이 계속될 수 있다”며 “사양산업이라고 여겨 설비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M&A를 통해 쉽게 새로운 ‘경제적 지대 추구(rent-seeking)’를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