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는 인터넷세상](10) ‘디지털 봉이 김건달’
경향신문 2014.03.14(금) 백욱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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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허영심 많은 촌닭들아, e세상은 나의 ‘봉’이다
조선 왕조 말기에 김인홍이라는 건달은 닭을 봉이라 우겨 푼돈을 벌고, 대동강 물을 욕심 많은 장사꾼들에게 팔아넘겨 큰돈을 벌었다. 건달은 ‘건달바’(乾達婆)에서 유래하였는데, 건달바는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살며 술과 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향기만 먹고사는 하늘의 신이라 이른다. 그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아악을 담당하였다고 전해진다. 그후 건달은 별일도 하지 않으면서 놀고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인터넷 세상에도 여러 건달들이 여기저기 길목에 자리를 잡고 한 건을 기다린다. 인터넷 세상의 큰 건달은 이용자들의 활동을 거둬들이는 플랫폼 하나만으로도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한편 골목 건달들은 저작권 대리인이란 이름으로 동네 양아치마냥 푼돈을 거둬들인다. 때로는 버젓이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저작권 위반이란 명목으로 공갈협박하여 동네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후리기도 한다.
조선 시대 봉이 김선달에서 해학과 기지를 빼고 남는 사기와 등치기의 핵심만 추려내면 인터넷 세상의 건달이 된다. 오늘은 디지털 시대의 건달이 어떻게 먹고사는지 그 기기묘묘한 수법에 대해 알아보자.
1. 디지털 봉이 김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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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사 방식은 와이어드(Wired)지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그의 책 <프리(Free)>를 통해 벌써 몇 년 전에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이용자들의 활동을 공짜로 가져다 쓰고 이용자 또한 서비스를 공짜로 쓸 수 있게 만들면서 수익은 다른 통로에서 창출하는 인터넷 시대의 ‘공짜(free)’ 사업 전략을 사업가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오픈 소싱과 이용자 활동물의 무상 수취가 인터넷 사업의 핵심임을 간파하고 있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노골적으로 ‘공동의 것(commons)’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이용자 활동 결과물은 포털이나 검색 사이트 등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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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닭으로 봉 만들기
요즘 인터넷 길목을 서성이던 각종 건달들이 새로운 저널리즘이란 이름을 내걸면서 디지털 삐끼를 동원하여 여기저기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건달들은 선조 김선달을 본받아 닭을 봉으로 만드는 기술과 대동강물 팔듯이 ‘공동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속여 파는 두 가지 기술을 섞어 쓰고 있다. 이들이 보통 닭들을 꾀어 봉이라고 부추긴 후 그들이 미끼를 물면 ‘봉’으로 만들어버린다. 한마디로 ‘봉잡는 일’이다. 그들은 평범한 고객들도 작가가 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이용자를 꾄다.
먼저 인터넷 거리의 삐끼들은 “세상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솔깃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 다음 큐레이션으로 돈 벌기는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 기업을 대표하는 큰 업체들도 이런 수법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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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지털 건달들의 삐끼짓과 삥땅 기술
앞으로 이용자들의 콘텐츠 플랫폼을 차려놓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내용물 전달 매개체로 활용하는 신종 건달 저널리즘이 우후죽순처럼 선을 뵐 것이다. 그만큼 인터넷에는 이용자 활동으로 만들어진 ‘공동의 것’이 차고 넘치게 되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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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르게 이용자 생산 콘텐츠를 수집하고 이를 큐레이션하여 트래픽을 증대시키면 당연히 돈이 된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올린 콘텐츠가 돈이 되는지 여부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그저 그것이 실리면 자랑이고 명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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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큐레이션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선택과 배열이 돋보이는 뛰어난 큐레이션은 창작 못지않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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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저작권 세계의 가장 후미진 곳에서는 야비한 수법으로 삥땅을 뜯는 저작권 대리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거대 기업 규모의 저작권 대리인에서부터 각종 예술가, 연예인 연합회에 이르기까지 저작권 대리인 단체는 다양하다. 서너 단체가 동시에 저작권을 관장한다며 다투기도 하고, 저작권 없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도 대신 관장해주겠다며 엉터리 저작권 단체를 설립하여 독점적 관리 권한을 취득하기도 한다. 그들이 과연 저작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할까? 그들은 누구의 저작권을 대리하는가? 무릇 세상에는 공과 사가 있고 공동의 공유물과 사적인 소유물이 있어 각각 그 쓰임새와 의미가 다르니, 욕심이 과하여 공을 사로 취하려는 자나 사사로운 이득을 위해 공을 훔쳐 자기 것으로 독점하려는 자는 장차 크게 욕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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