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일시론] 대한민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부산일보 2014.02.17(월) 김정순 부산대학교 교수·간호학과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4천 달러(2013년)로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고,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선진 경제국으로 분류한 선진국이다. 우리 국민은 한국전쟁 후의 잿더미 속에서 불과 50년 만에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다. 이제는 바야흐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억척같이 일해 오늘의 풍요를 일구어낸 현 노인세대는 빈곤층으로 전락해 무관심과 소외 속에서 고단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 경로효친(敬老孝親)을 중시하던 대한민국에서 오늘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년 빈곤율 49%, 무관심 속 고단한 삶 연명
최근 한 달 새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연달아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를 기사화한 바 있다. 2010년 한국 노년층 빈곤율이 49%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노년층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가운데 약 80명(2011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제때 구축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원인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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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가 이같이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국가나 개인 모두 길어진 노후기간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교적 가치관을 가진 현 노인세대들은 당연히 자녀가 자신을 부양할 것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자식에게 투자하였기에 별다른 노후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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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에 가치를 두는 현대산업화의 영향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은 젊은이의 나라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의 존재는 존경과 배려보다는 무관심, 소외의 대상으로 비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이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사회적 관심이 낮아지면서 늙고 병들어 무기력해진 노인들은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하게 되고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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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사회안전망 강화해 나가야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의 급증은 최근 10여 년 사이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노인 빈곤 상승률 1위인 것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외로움, 고립, 신병 비관, 자식들의 학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빈곤은 노인 자살의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따라서 기초연금(노령수당) 제도 정착, 노인일자리 확충 등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필요한 소득보장을 통해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노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노인의 자존감과 사기를 높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노인자살예방센터가 일반화되어 있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유기적 협력관계를 통해 노인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노인빈곤과 생계형 자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국가와 사회의 시급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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