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종인의 탈당과 경제민주화의 물거품 민중의소리 2013.12.07(토)
김종인 전(前)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새누리당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대선 1년 만의 일이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는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경제민주화 공약 덕분에 박근혜 후보가 작년 대선에서 많은 덕을 보았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김종인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신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탈당이 한 명의 정치인의 탈당과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이다.
그가 왜 떠나는지 속사정을 시원히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가 경제민주화 공약 때문에 떠나는 것으로 평가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폐기에 그가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경제민주화 공약이 폐기되면 새누리당에서 그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만이 경제민주화 할 수 있고 해야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 견해는 잘못이었다.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의지’가 확고하지도 않았고 그럴 의지도 없었다. 지금 그게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저 선거용으로 경제민주화 담론을 활용했을 뿐이라는 비판이 오히려 타당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 경제민주화 공약을 언제 내걸었냐는 식으로 나온다. 경제민주화 대신 노골적으로 경제활성화를 외친다. 말이 경제활성화지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게 재벌의 소원수리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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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게 되면 정부가 재벌과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재벌들이 불편함을 좀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벌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옹호하는 것은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도 기업들 사이의 공정거래라는 초보적인 수준의 내용만 포함하고 있다.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를 하려면 경제의 주체인 노동자와 농민들의 근로조건 개선, 그들의 정당한 권리 보장 등이 포함돼야 한다. 그렇지만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는 그런 것들이 포함되지 않은 매우 부족한 수준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그것마저도 못하겠다고 폐기해버린 것이다.
김종인의 새누리당 탈당은 박근혜 정권에게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하긴 종교계에서부터 대통령 사퇴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는 판국에 이 정권에 기대할 것이 뭐가 있을까마는... 경제민주화의 과제는 온전히 국민 스스로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몫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