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미래는 속도전, 시대가 바뀌면 모든 구성 요건도 바뀐다

배셰태 2013. 10. 8. 11:01

 

우물을 퍼 올리러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방향을 설정하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합니다. 내가 성장하면서 부모님 세대들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희들은 복 받은 세대인줄 알아라." 라는 것입니다. 부모 세대들은 보릿고개나 6.25전쟁을 겪으며 어럽게 살았다는 얘깁니다. 그런니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복 받은 세대라는 것입니다.

 

나는 그 말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우리는 절대로 복 받은 세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그야말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시기 아닙니까? 까딱 잘못해서 정신을 놓으면 시대로부터 팽 당하고 맙니다. 과거에는 변화가 서서히, 아주 느슨하게 찿아왔습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지루할 정도로 과도기를 겪으며 변화를 천천히 체득했지요.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와나싶으면 획 지나가 버리니까요.

 

지금 대부분 선진국들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째든 그 휘청거림이 변화를 불러올 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는 과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점을 인식하고 중심을 잡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어차피 세상은 10퍼센트와 90퍼센트로 나뉘게 마련입니다.

 

우리 세대는 대학에 다닐 때 공부를 등한시한 편입니다. 70~80년대 학번들은 학습에 매진하기 보다 최루탄 가스를 맡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허구한 날 '보장하라' 를 외치며 신발 밑창에서 고무 탄 냄새가 나도록 뛰어다녔지요. 생각해보니 그건 누군가 한두 사람의 잘못이라기 보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것이었습니다.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국가는 10퍼센트와 90퍼센트로 나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 사회에서도 줄 잘 선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나뉘어 있습니다. 사람의 생리 자체가 그렇습니다. 386세대들의 열정과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는 높이 살 만하지만, 생각해보면 사고방식이 좀 편협했던 것 같습니다. 지극히 위험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지요.

 

●대체 10퍼센트와 90퍼센트는 어떻게 나뉘는 걸까?

 

먼저 농업화 시절을 생각해봅시다. 그 시절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내가 죽을힘을 다해 세상 밖으로 나와 첫울음을 터트렸는데, 아버지가 도끼로 소를 때려잡고 있으면 구냥 백정의 자식입니다. 당시에 그건 불변의 법칙이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집에서 누군가가 아버지에게 '대감' 이라고 부르면 평생 양반으로 거들먹거릴 수 있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평생 1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 시절에는 10퍼센트와 90퍼센트가 순전히 운과 숙명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공업화 시대에는 어땠습니까? 지금 배 두드리며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죄다 양반 출신입니까? 아닙니다. 공업화 시대의 든든한 빽은 바로 능력입니다.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10퍼센트 안에 들 수 있습니다. 간혹 40~50대에 이른 사람들 중에는 어떤 기회가 주었졌을 때 "능력이 없어서 못한다." 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건 공업화 사고방식입니다. 공업화 시대에는 "내가 상놈이라 서울대학에 못 갔습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능력이 없거나 공부를 안 해서 못 간 것뿐입니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면 모든 구성 요건이 바뀝니다.

 

그렇다면 미래에도 능력이 10퍼센트와 90퍼센트를 나누는 기준이 될까요? 아닙니다. 미래에는 분명 속도 전쟁이 일어날 것입니다. 속도가 빠른 사람이 10퍼센트 안에 들어간다는 얘기입니다. 혹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속도가 빠를 거라고 생각합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고정관념이 더 강하고 자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자신의 똑똑함을 믿고 자기 판단력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오히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속도가 늦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