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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기술 국내선 외면

배셰태 2013. 8. 21. 07:00

[기자수첩] 3D 프린팅 기술 국내선 외면

파이낸셜뉴스 2013.08.20(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벤처 기업 인수에 관심이 없으니 해외에 매각할 수밖에 없죠. 순수 국내 3차원(3D) 프린팅 기술도 이렇게 가다가는 외국 기업들의 먹잇감이 될 게 뻔합니다."

 

얼마 전 취재차 만난 한 3D 프린팅 개발자는 열악한 국내 벤처 기업의 현실을 연방 한탄했다. 그는 최근 '21세기의 연금술' '3차 산업혁명'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3D 프린터를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할 수 있는 오픈 소스를 개발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3년간의 시간과 수억원의 자비를 들여 탄생시킨 국산 3D 프린터는 현재 해외 기업들과 수출 상담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는 "당장 내년부터 특허에 묶여 있던 금속 소재 사용이 가능해지면 3D 프린터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애써 개발한 국산 3D 프린터 기술을 해외에 매각할 생각이라고 조심스러운 속내를 밝혔다. 그가 이런 생각을 품은 데는 국내 3D 프린터 시장이 성장할 건전한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기껏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 대기업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회사 인수보다 핵심 기술자 몇 명만 빼가는 게 우리 산업계의 풍토"라며 "개발자들의 피땀 흘린 노력과 열정의 결과물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날이 아직은 먼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그의 말에는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시장의 잘못된 질서와 관행 속에 쓸쓸히 사라져간 벤처기업들의 애환마저 묻어났다. 이제라도 '황금알'이 될 국내 3D 프린터 기술을 보호하는 데 정부와 대기업이 앞장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우를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