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13.07.19(금)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해커는 흔히 다른 사람의 컴퓨터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침입하여 정보를 빼돌리거나 손상을 가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래 그 말은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 혹은 어떤 기술적 문제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 기원은 1960년대 초 미국 엠아이티(MIT) 대학의 많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들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해커 문화를 발전시켰다.
여기에는 ‘컴퓨터에 대한 접근은 무제한적이고 완전해야 한다’ ‘모든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 ‘권위주의를 불신하고 탈중심성을 촉진하라’ ‘학위나 자격증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컴퓨터를 통해 예술과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다’ ‘컴퓨터는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등과 같은 윤리가 포함되어 있다. 68세대의 진정한 유산은 반전 시위나 히피 문화보다는 컴퓨터 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되듯이, 해커 문화는 실제로 지난 십 수 년간 미국의 ‘창조경제’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중략>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창조경제는 지식과 혁신을 통한 이윤 획득이 자본 축적의 최대 관건인 현대 경제의 맥락에서 도출된 관념인 것은 분명하다. 고부가 가치 생산이 점점 더 금융 회계 소프트웨어 과학 영화 음악 상징 처리 등과 같은 정보, 지식, 문화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에 주목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창조경제에서는 기존의 정보, 지식, 문화에서 새로운 의미와 상징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통찰력, 감수성, 창의성과 같은 인적 능력의 개발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교육, 연구, 예술, 종교, 정치 등과 같은 전통적인 비시장 영역에서 가장 잘 훈련될 수 있다. 구글과 같은 많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이 창의적인 기술 혁신의 영감을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서 찾으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비시장 부문이 활성화되고 그 성과물이 새로운 비독점적 생산의 토대가 될 때,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창조경제는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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