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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케인스와 프리드먼 이후 '제3의 길'-로라 랭 언론인

배셰태 2013. 7. 15. 11:11

행동경제학, 케인스와 프리드먼 이후 '제3의 길'

프레시안 2013.07.14(일) 로라 랭 언론인

 

[르몽드] 시장 규제에는 반대, 부드러운 개입 '너지'(Nudge) 선호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이 '세계를 보는 창'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기사 제휴를 시작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51개 국제판, 30개 언어로 동시 발행되는 고품격 지성지(紙)다. 앞으로는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깊이 있는 글의 일부를 <프레시안>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바로가기 : http://www.ilemonde.com) 편집자

오랫동안 고전 경제학자들은 마치 인간이 계산기인 것처럼 자신의 모델을 구상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수용해 우리의 반응과 결정을 예측하고, 섬세한 격려로 영향을 주기 위해 연구한다.

 

행동경제학, 케인스와 프리드먼 이후 '제3의 길'

경제학을 지배하던 이론, 즉 케인스 경제학으로 일컬어지던 '신(新)고전주의 경제학'이 요즘 고전하고 있다. 단지 경제전문가와 금융기관 간 근친상간 관계만 드러난 게 아니라(1),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이들의 책임감도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명실상부한 대가들은 완벽한 시장의 효율성을 통해 자율 규제의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입버릇처럼 외쳤다. 그리고 자율 규제가 경제주체의 완전무결한 합리성의 산물이라고 외쳤다. 그런데 금융위기 때문에 '착한 아이들'(경제주체)에게 통하던 동화(자율 규제)가 안 먹히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 교리(신고전주의 경제학)의 극적인 효력 상실이 경제계에 불행한 사람만 양산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소극적 개입을 한 대안 세력들은 이런 상황을 반긴다. 특히 이런 세력 중 하나인 행동경제학이 새로운 지배 교리가 되는 데 가장 유리한 자리를 차지했다
.

행동경제학파는 정통경제학 대부분의 가설과 호환을 유지하며, 거기에다 행동심리학을 접목했다. 그래서 많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계 전반에서의 권위 회복을 위해 행동경제학에 의존하고 있다. 2010년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때,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들에게 행동경제학을 장려했다. "우리 경험에 비추어 배운 중요한 교훈은 하나의 도구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의 위험성이다. 우리는 경제적 프레임의 견고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가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우선, 사람들이 모든 경제모델의 중심에서는 호모에코노미쿠스(기업처럼 경제적 원리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의 특성을 드러낸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이 심리학에 기대는 것은 위기 상황 시의 결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트리셰는 정치적 용어로 해석된 행동경제학이 오류 수정보다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선험적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자유주의 시장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추종자들은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을 극구 부정한다. 이들은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상의 결정을 내리는 완벽한 합리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경제주체가 한편으론 자신의 감정, 신념, 직감을 따르거나 응집된 추리력에 따라 행동하지만, 또 한편으론 자신의 이익을 증대하는 데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따금 도덕과 사회 규범에 자극을 받아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 이타적 태도를 보인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금융 투자자들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특히 모방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고, 지나친 자신감에 고통받을 수도 있으며, 무성한 기대감이나 공황 위기에 스스로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그리고 일부 투자자들은 비록 합리주의자들이라 할지라도, 드물게나마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이 현상은 경제주체의 합리성 이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시장의 효율성 이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사실 지속적인 거품과 시장 붕괴는 자본 시장이 얼마나 깊이 공상에 빠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행동경제학자들이 신고전주의적 금융 구조를 비판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시장이 효율성의 기적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전지전능한 컴퓨터도 아니다"라는 그들의 견해는 새로운 게 아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후 이단 사상가들은 케인스의 경제학이 신화라고, 그것도 위험한 신화라고 끊임없이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외침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 케인스학파를 비롯한 제도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규제주의자들이 이단 사상가의 말을 경청할 리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현재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을 맹신한 것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난한다.(2) 한편 그의 동료 로버트 실러와 조지 애컬로프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결함이 있다. 이 경제학은 경제가 왜 롤러코스터 게임인지 이해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3)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의 두 저자는 사람들(경제주체)이 정말로 인간적일 때, 어떻게 경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며, 기존 이론이 실현시킬 줄 몰랐던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야심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왜냐하면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비록 불합리한 사람들일지라도, 예측 능력까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필요하면 동료 신경과학자들에게서 제공받은 전도체로 무장한 채, 실험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의 모델보다 좀더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의사 결정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우리 행동의 규칙적인 패턴을 찾고 있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이다

 

<중략>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을 전제로 한 경제학이 아닌, 실제적 인간의 행동을 연구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규명하기 위한 경제학.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은 많은 이론적 발달이 있었음에도 실제 경제에서 현실과의 괴리를 보였다. 이는 사람이 갖는 여러 사회적ㆍ인지적ㆍ감정적 이유와 편향에 의해 일어나는 심리학적 현상에 관련 있다고 보았다. 특히 실험 심리학의 발달이 행동경제학의 발전에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상적인 경제인을 전제로 한 종래의 경제학 모델이 실제에서 맞지 않는 이유를 다양한 인간 심리와 관련된 실험 연구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 발달에 대한 공로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글ㆍ로라 랭 Laura Raim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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