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들어냈든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든, 모든 세계에는 고유한 구축 과정이 있습니다. 가령 돌은 원자가 모여서 만들어졌고, 식물이나 동물이나 인간은 세포로 이루어졌으며, 집은 벽돌과 시멘트로 조립됩니다. 책은 문자가 모여서, 마을은 수많은 집과 건물이 어울려서 만들어집니다. 세계는 다양한 형태와 엄청난 종류의 물질과 생명체로 구성돼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축이라는 용어가 물질세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과 과학, 국가의 법률과 제도 등은 인간의 사고와 노력의 결집체이며, 한 나라의 역사는 국민의 행동이 쌓여서 이룩된 것입니다
'구축 과정'은 '파괴 과정' 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물건이나 형태는, 일단 해체 과정을 거쳐야만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구축과 파괴'의 '상호 과정' 입니다. 우리 몸에서 생명이 다한 세포는 파괴되어 사멸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세포가 대치됩니다. 그래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과거의 것이 더 이상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것을 요청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에는 구시대의 유물을 과감히 청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목적에는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해결 방법과 행동 양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구축과 파괴의 상호 과정은 자연계에서는 `생과 사`라고 하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파괴와 재건`이라고 합니다.
●구축 과정과 파괴 과정 : 히피의 창조력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해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IT 업계의 주요 기업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을까요? PC의 표준을 제시하고 웹을 만들었으며 SNS로 전 세계를 연결한 기업은 모두 미국 기업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 등 다른 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에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IT 기업들은 혁신을 거듭하며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IT 기업이 보여주는 창조성과 탁월함의 비결은 무엇이며,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IT 기업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의 창조력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애플의 교주이자 ‘히어로’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에서 했던 생전 마지막 연설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과 함께 「홀 어스 카탈로그」를 소개했습니다. 「홀 어스 카탈로그」는 히피를 위한 잡지였고, 스티브 잡스는 이 잡지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는 자신이 해커였음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고, 세르게이 브린과 레리 페이지는 버닝맨 축제의 정신을 구글로 옮겨왔습니다. 함께 어울리며 창조하고 파괴하는 버닝맨 축제는 히피들이 중시한 공유 정신을 기반으로 합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페이스북의 창설자 마크 주커버그에게 영향을 미친 《아이네이스》의 공존과 확장 지향성입니다. 《아이네이스》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가 공존·공영하는 방향성이 녹아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생각하는 자기 이미지는, 로마 건국신화를 모형으로 삼아 만든 웹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그곳에서는 실명을 바탕으로 인간 대 인간의 사교가 우선시됩니다. 이것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공존하는 방법입니다.
●구글은 진(眞), 페이스북은 선(善), 애플은 미(美)
과학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구글은 진(眞), 사용자들을 연결해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하는 페이스북은 선(善), 휴먼 터치를 구현한 애플은 미(美)라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공동체의 비전 역시 공공의 삶을 지향한 히피와 연결됩니다.
미국의 IT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이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사람들이 이에 동조해 주길 요청합니다. 이들은 비전 제시와 공감이라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 세계를 제패한 미국의 IT업계를 목격하면서 “왜 미국의 IT 기업들은 다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유효합니다. 왜 삼성전자는 애플이 되지 못하며, 싸이월드는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했고, 네이버는 구글과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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