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저성장’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경제 해법 ‘협동조합’의 모든 것
경향신문 2013.03.16 (토)
▲ 우리, 협동조합 만들자…김성오 외 5명 지음 | 겨울나무 | 320쪽 | 1만6000원
대표 저자인 김성오씨는 1992년 스페인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번역한 이후 20년 동안 협동주의자로 살아왔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던 시기 적자생존, 승자독식이 아니라 협동과 상생의 정신으로 꾸려지던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의 사례에 감동해 협동주의자가 되었다. 협동조합의 ‘친절한 안내자’가 되기로 했다는 그는 다른 협동주의자들과 함께 협동조합 역사부터 설립과 운영까지를 아우르는 책을 냈다.
책은 협동조합의 역사를 꽤 비중 있게 다루며 시작한다. 협동조합 기원은 1800년대 초반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00년대에서 1800년대 중반까지 영국 노동자들은 하루 18시간 일했다. 노동자 가족들은 ‘관계’는 있었지만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 노동자 합숙소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만 7세부터 일을 했다. 1800년대 중반 유아 노동이 법적으로 제한되기 전까지 7~12세 ‘유아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수의 25%가량이었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로버트 오언은 1802년 ‘뉴라나크 방적공장’을 인수한 뒤 당시로서는 꿈만 같은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유아 노동자’는 일을 시키지 않고 공부를 시켰다. 성인 노동자 노동시간은 14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저자는 “노동자들을 짐승처럼 학대하여 돈 버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당시의 ‘최대이윤’ 추구 관행에 비추어 이 실험은 매우 중대한 도발”이라고 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오언의 실험을 ‘제1세대 협동조합 운동’이라 부른다.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사업조직’과 ‘점진주의, 개량주의 원칙’은 이후 협동조합주의자들의 귀감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질 좋은 생산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고 한 로치데일 소비협동조합, 고리대금업의 폐해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라이파이젠 신용협동조합’ 등 1800년대의 초기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이후 유럽에서 태동한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등의 모토는 ‘곤란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였다.
협동조합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겐 필독서가 될 만한 정보와 교양이 담겨 있다. 조합원 출자, 정부의 창업지원, 정관·규약 작성, 설립 절차에 신고 제출 서류 양식까지 나와 있다. 다른 조합들과의 연대와 협력에서 해산·청산의 절차도 다루고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기 적합한 업종도 소개한다. 소비자협동조합 분야에서는 독과점 기업들이 중간 유통마진을 많이 챙기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통신협동조합, FC 바르셀로나처럼 지역 주민 요구를 반영한 축구클럽 협동조합을 추천한다. 동물병원이나 다이어트 협동조합 같은 소셜커머스 성격의 조합도 만들 수 있다. 책은 BMW 정비 소비자협동조합, 치킨집·식당·빵집·미용실·철물점의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설립도 제안했다. 그래도 책이 강조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신과 목표다. 시장에서 살아남되 원칙을 지키고,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수익률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주식회사 대주주들과는 달라야 한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정신이 저성장 국면을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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