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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만든다고 무조건 성공 못해-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배셰태 2012. 11. 23. 11:00

[Zoom人]"협동조합, 만든다고 무조건 성공 못해"

이데일리 2012.11.23 (목)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대기업,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구분..GE배워라"
"협동조합도 결국은 합병·연합화로 덩치 키워야 경쟁력↑"

 

‘협동조합’이 이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협동조합은 재벌개혁의 대안이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협동조합을 방문하거나 협동조합 육성 의지를 적극 피력한다.

협동조합의 큰 원리는 ‘평등’이다. 설립 목적 자체가 ‘모든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과 상호 부조’로,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주식회사와 구분된다. 의결방식도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로, 조합원 모두가 평등하게 1표씩 갖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같은 특징의 ‘협동조합기본법’의 내용을 만들고 다듬는 데 주축이 된 인물이 바로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이다. 다음달 1일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열흘, 김 소장을 만나 협동조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협동조합, 대기업·외국계에 맞서다

<중략>

 

◇기본법의 의미? 누구나 만든다


협동조합 설립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0년 전. 협동조합기본법 발효를 앞두고 김 소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그는 “2010년 국회에서 기본법 용역을 의뢰받았고, 당시 우리의 목표는 기본법을 잘 만들기 위해 논의를 앞당기고 조문까지 검토, 완성시키는 것이었다”며 “즉 기본법과 관련한 연구를 2,3단계 정도 앞당겨놓자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빨리 기본법이 통과되고 발효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탄력이 붙은 것은 것은 2010년 6월부터였다. 당시 민간단체 좌담회에서 제정연대회를 만들자는 제안이 있어 조직이 만들어졌는데, 김 소장은 어느 날 모임 참석자로부터 당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내용이 너무 많아 3차례에 걸쳐 설명을 했고, 설명을 들은 손 대표는 “매우 중요하다. 최초 발의법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이후 협동조합 기본법은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됐고,2011년 11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뒤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협동조합을 주식회사처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협동조합은 우선 설립 목적에서부터 주식회사와 다른데, 주식회사가 영리추구 만을 목적으로 둔다면 협동조합은 공동사업 발전을 더한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공동육아가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출자 만으로 의무를 다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을 찾아 일해야 한다. 이렇게 뚜렷한 목적이 있는 협동조합은 조합원들간의 연대감이 형성되면서 점차 규모도 커지고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다.

◇ 사업 콘셉트·조합원 조직화 명확히 해야

협동종합을 설립할 때 고려해야 할 핵심적인 요소가 있다. 우선 사업 아이디어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되는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 예를 들어 조합원들이 직원이라면 안정된 직장을 원할 것이고, 소비자라면 합리적인 소비를 원할 것이다. 다음으로 조합원들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는 조합원 조직화가 명확해야 한다.

업종별로는 초기에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주로 사람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돌봄이나 서비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업종이 유리하다. 또 낙후지역의 경우 다 함께 힘을 모아 조합을 설립하는 걸 검토할 수 있다.

유럽의 사례를 봤을 때, 협동조합은 결국 덩치를 키워 대규모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합병이나 연합화가 있다. 또 기존의 농협이나 신협 등과 연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안산과 원주, 성남에선 이미 신협이 협동조합 설립에 조언을 해주고 협동조합 법인에 대출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소장은 “협동조합을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일반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40~50대들 중에서 경험이 있고 확고한 의지가 있는 분들이 힘을 합치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봤다.

 

..이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