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빈방 '연결'해주는 벤처기업, 힐튼호텔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
조선일보 2012.09.21 (금)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9/21/2012092101297.html
세계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의 경영학
숙박 체인 '에어비앤비'의 전략_페이스북·결제대행업체 등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
쉽고 편하게 중계하는 데만 집중 창업 5년만에 1000만건 중계
거대한 관계를 활용하라_나쁜 정보도 파도처럼 확산되지만 파도를 잘 타면 기업에 유리
연결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혁신 이루던 시대는 끝났다
세계 최대의 숙박 업소하면 흔히 힐튼(Hilton)호텔을 떠올린다. 올해 창업 93년째인 힐튼월드와이드는 전 세계에 객실 60만개를 운용하는 글로벌 최대 호텔 체인이다. 그런데 창업 5년째인 작은 벤처기업 에어비앤비(AirBnB)가 힐튼을 위협하는 숙박 체인으로 급부상한다면 믿겠는가.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 세계의 빈방과 투숙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실제 방을 안 갖고 있으면서도 수많은 방을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숙박업계의 이베이(eBay)인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세계 192개국 2만6000여 도시에 진출해있는데, 더 놀라운 건 성장세다. 지난해 2월 100만건의 누적 숙박 예약 건수를 기록하고 올 1월 500만건을 돌파하더니, 5개월 후인 6월에는 1000만건의 숙박을 중계했다고 밝혔다. 2초당 한 건씩 예약이 이뤄지는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1억1200만달러(약 1250억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며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런 속도라면 힐튼호텔 추월은 시간문제이다.
- ▲ 자료=에어비앤비
◇'초연결 시대'에 올라타라
직원 수 300여명 남짓한 벤처기업 에어비앤비가 급성장한 열쇠는 인터넷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하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라는 점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는 사업을 전개할 때 철저하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이용자를 '연결'하는 데만 집중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집을 빌려주는 두려움을 없애는 데는 페이스북을 이용했다. 페이스북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겨냥한 것이다. 결제 안정성은 글로벌 결제 대행업체 페이팔(PayPal)을 이용해 확보했다. 자체 기능을 넣기보다 기존에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서로 숙박을 중계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Chesky) 창업자가 1조원대의 인터넷 업체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구축된 초연결 인프라 덕분이다. 에어비앤비처럼 초연결을 이용해 자원을 쉽게 나눠 쓰는 공유경제 모델은 지난해 '타임(Time)'지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가지 아이디어'로 꼽혔다.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의 존 마에다(Maeda) 총장은 Weekly BIZ와의 최근 인터뷰(2011년 12월 17일자)에서 이런 모델을 '창조경제'라고 규정하며 "디지털 기술 인프라가 워낙 잘 갖춰져 있어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혁신 컨설팅 기업 IXL은 이런 혁신을 '커넥티베이트(Connectivate·Connect와 Innovate의 합성어)'라고 명명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하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접근성이 높아져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초연결'이 이뤄지면서 시간·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관계'에 주목하라
얼마 전 국내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모 회사의 햄버거가 광고와는 딴판이다"는 비난성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회사 측의 항의로 곧 삭제됐지만,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 기업 이미지가 크게 악화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시 버노프(Bernoff) 부사장은 이런 현상을 '대형 파도(Ground Swell)'에 비유한다. 먼 곳에서 발생한 폭풍 때문에 생기는 대형 파도처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파도는 기업 입장에서 위험 요소이지만 득(得)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회사는 고객의 피드백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확신을 갖고 제품을 발전시킬 것이고, 비판을 받으면 빨리 실수를 깨닫고 교정할 수 있다.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킹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의 성공 스토리는 그래서 주목된다. 링크드인은 사용자들이 업무적 관계에서 최신 소식을 유지하는 초연결 인프라를 제공했다. 직장동료와 고객·학교 동문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순간 이를 알려줌으로써 관계 확장을 실시간(實時間)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링크드인은 현재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경영진을 포함해 200여개 국가에서 약 1억2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해 세계 최대의 전문 네트워크가 됐다. 포천 100대 기업 가운데 4분의 3 정도가 링크드인에 회사 페이지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링크드인은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지인들의 일반적인 정보를 검색할 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고급 정보를 얻을 때는 돈을 내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로 지난해 5억2200만달러(약 58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람들을 쉽게 연결해주고 관계를 유지해주는 사업 모델로 성공한 것이다.
- ▲ 지료=IXL
◇연결 통한 협업=승리로 가는 지름길
연결을 통한 혁신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집카(ZipCar)'는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자동차를 최단 30분부터 길게는 며칠씩 빌려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언제든 필요한 때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미국·캐나다에서만 65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집카의 차량 공유 모델은 허츠(Hertz)·에이비스(Avis) 등 메이저 렌터카 업체로 확산됐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P&G는 아예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위한 조직을 따로 만들었다. 협력 업체와 내부 사업 조직을 연결해주는 '외부 사업 개발팀'이 그것이다. 이 팀은 실행 과정에서 위험이 적은 아이디어는 기존 사업 조직으로 연결하고, 리스크가 높은 아이디어는 신사업 개발 조직인 '퓨처워크(FutureWorks)'로 연결한다. 퓨처워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적으로 이와 관련된 파트너들을 찾는다. 내부 조직이나 협력 업체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중간 조직'을 만들어서까지 연결과 협업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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