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말 LTE 단말기가 보급되면서 시작된 LTE 가입자 증가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LTE 가입자 수는 현재 70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며,올해 말까지 약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당초 예상됐던 올해 목표치인 1,4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이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3G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0만 명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1년 4개월임을 고려했을 때, LTE의 가입자 증가 속도는 매우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LTE의 어떠한 점이 고객들에게 이렇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러한 LTE의 확산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LTE 서비스 이용자들의 행태 측면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글.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속도와 최신 단말기가 LTE의 주요 가입 요인
이동통신 서비스는 접속 서비스 자체와 이를 구현하는 단말기로 이뤄진다. 이 두 가지 요소가 갖춰지게 되면, 이들 기본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및 응용 서비스가 제3의 요소로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이동통신 서비스의 기본 요소는 LTE에서도 다를 리 없다. LG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LTE 서비스에 가입하게 된 주요인 역시 바로 ‘접속 속도’와 ‘최신형 단말기 구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LTE 서비스 가입 이유로 속도를 꼽은 사람은 응답자의 37.4%였다. LTE의 장점인 빠른 속도를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빠른 속도는 LTE를 보다 더 다양한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일반적인 웹페이지를보는 데에 3G로 큰 문제는 없었지만, 동영상을 볼 때는 확실히 버퍼링이 많이 발생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LTE를 이용할 경우 저용량 동영상뿐 아니라 HD급 동영상을 볼 때도 중간에 끊기거나 멈추지 않고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속도를 중요시한다는 것은 LTE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그만큼 중시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LTE에서의 서비스 이용 패턴은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을까.
■ 이용 서비스는 3G와 유사하나 사용량은 대폭 증가
LTE와 3G 가입자들의 서비스 이용 행태를 분석해 보면 비슷한 듯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점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에 관한 것이다. 1년 전 시행되었던 3G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비교해본 결과 두 서비스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 항목은 상당히 유사했다. 물론 몇몇 서비스의 순위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LTE와 3G 사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사용량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서비스가 3G보다 LTE에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웹서핑, 채팅, SNS, 동영상 다운로드/스트리밍, 뉴스 등의 사용량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TE의 빠른 속도가 이들 서비스에 대한 몰입도와 이용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 이용시간의 증가는 모바일에 대한 몰입도 증가를 의미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LTE를 선택하고 있고, 이들은 이전과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이전과 동일 서비스를 이용하되 더 높은 몰입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용량 증가라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LTE로 이용되는 서비스에 무관하게 LTE 그 자체가 이미 고객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LTE의 빠른 속도 만큼이나 우리의 삶 속으로 LTE는 이미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이며, 이는 이용시간의 증가나 몰입도의 증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빠른 속도는 그 자체로서 가치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서비스가 가진 가치를 충분히 발휘되도록 하는 촉매로서의 가치도 가진다. 유선의 사례를 보면 속도의 개선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낳았다. 과거 ADSL 중심으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던 시절에도 분명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치 있다고 보고 본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광랜이나 FTTH(Fiber-to-the-Home) 중심의 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TV나 곰TV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도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HD급 동영상 서비스 제공도 활발하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IPTV는 물론이고 인터넷에 셋탑박스만 연결하면 스트리밍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OTT(Over-the-Top) 서비스나 스마트TV 서비스 등도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활성화되었다. 분명 이러한 동영상 서비스는 ADSL 시절에도 제공됐음에도 서비스 품질 문제로 인해 가치 없는 서비스로 간주되었지만 네트워크의 성능 향상으로 비로소 그 진짜 가치를 인정받게 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LTE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 구축만 제대로 완료된다면 기존에는 무시당하던 서비스가 갑자기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유선에서처럼 HD급 동영상 서비스가 이동통신에서 부각될 수도 있다. 말과 따로 노는 화면, 흐리고 선명하지 못한 화면으로 외면 받았던 화상 통신이 갑자기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PC에서나 가능했던 네트워크 게임이 이동통신에서 각광 받을 수도 있다. 어떤 서비스가 언제 주요 서비스로 등장할 지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인정받는 서비스가 점차 등장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 LTE가 제공하는 속도 그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러한 속도의 우수성으로 인해 결국은 새로운 무엇이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에 LTE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좀더 확대하면 소비자들은 LTE만의 차별적인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LTE로 인해 모바일에 대한 몰입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LTE만의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생활에 밀착된 서비스일수록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들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지 상상해보자.
■ 미래의 삶을 바꿀 LTE만의 새로운 서비스
앞서 설문 조사 결과로 다시 돌아가보면, 이용 시간의 증가에 비해 새로운 서비스 이용은 아직까지 저조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LTE가 새로운 서비스 이용을 촉진시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LTE 고유의 특성이 반영된 서비스가 개발되지 못했다는 점과 이미 개발된 서비스들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이유라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아직까지 LTE만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발굴이 상당히 요원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작업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LTE 시대의 개막이라고 공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LTE의 킬러 서비스라는 것은 어떠한 특성을 가져야 할까.
물론 LTE에서 ‘어떠한 서비스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다’라고 꼭 집어서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 할 수 있다. 다만 LTE의 장점과 관련 업체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최소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LTE가 가진 특성 가운데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빠른 속도’이다. ‘LTE가 빠르다’는 말에는 네트워크의 전송 속도가 빠르다는 말과 함께 지연 시간(Latency)도 짧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전송 속도는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을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면, 지연 시간은 그 주고 받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시작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웹 페이지를 보는 예를 들면, 첫 번째 데이터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연 시간이고, 페이지의 모든 데이터가 전송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이 전송 속도의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LTE는 이러한 전송 속도와 지연 시간의 우수성으로 대용량 파일의 전송과 실시간 서비스 제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LTE의 차별적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용량 및 실시간 서비스라는 두 속성 가운데 최소한 하나는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LTE의 차별적 서비스를 정리한 것이다.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
이러한 속성을 가진 서비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한 시장조 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2012년에 1,49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될 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 모바일 트래픽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가 지목된 지도 이미 오래 전이다.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HD 방송이나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한 대용량 동영상 서비스 경쟁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LTE의 데이터 용량을 2배 늘리는 한편, HD 방송이나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소싱을 통해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LTE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핀란드의 텔리아소네라(TeliaSonera)가 실시했던 조사를 보면 LTE 가입자들의 23%가 온라인 TV를 더 많이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의 경우 서버로부터 동영상을 비롯하여 음악, 문서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전송받는 서비스인 만큼 LTE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동영상 다운로드/스트리밍은 LTE에서 사용량이 대폭 증가한 서비스로 밝혀져 이러한 시나리오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시간 참여형 서비스
두 번째로는 실시간 참여형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온라인 가입자 간에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이 있다. LTE에서는 빠른 화면 전환과 고화질, 그리고 실시간 반응을 요구하는 게임도 가능하다. 특히 성능이 훨씬 향상된 단말기들이 LTE용으로 출시되면서 3D MMORPG(3D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3D를 활용한 다수 이용자가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의 한 유형)와 같이 기존에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게임도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의 이동통신사들은 게임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LTE 서비스에서의 게임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같은 사업자는 게임로프트社와 함께 LTE용 게임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세 번째로 융합형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예상 해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LTE는 대용량과 실시간 서비스에 적합하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서도 이러한 대용량과 실시간이란 특성이 적용된다면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보다 훨씬 강화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Rich Communication)이 가능해질 수 있다. 즉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음성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넘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의 연동된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나아가 이는 게임 중 이용자들 간에 서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서비스나 동영상 시청을 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상의 지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통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RCS(Rich Communication Suite)라고 불리는 새로운 서비스가 바로 이러한 융합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라고 볼 수 있으며, IT 서비스 업체들이 소위 UC(Unified Communications)라고 부르는 서비스들도 큰 맥락에서 이러한 범주에 속해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확산을 꼽을수 있다. 클라우드는 단말기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서비스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와 단말기 사이의 빈번하고 지연 없는 통신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지는 서비스이다. 그런데 LTE는 전송 속도가 탁월한 것은 물론 사용자의 요청을 받아 반응하기까지의 시간, 즉 지연 시간도 매우 짧은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LTE의 빠른 보급은 클라우드의 확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카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실시간으로 대용량의 서비스가 제공되었을 때 소비자가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동차이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면서, 과연 내비게이션이 없었을 때 어떻게 운전을 했을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LTE가 자동차에 적용된다면 마찬가지일 것이다. LTE를 통해 제공되는 실시간 각종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들로 인해 운전의 편의성이 증대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고율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내비게이션과 같이 LT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커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통신사 및 IT 업체들의 경우 이러한 가능성을 간파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다음으로 LTE가 적용될 세 번째 스마트 기기로 자동차를 꼽으며, 이러한 LTE 기반의 카인포테인먼트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수한 네트워크가 우선 과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LTE의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LTE만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TE 네트워크의 구축이 완벽하게 이뤄진다면 LTE의 고유한 특성에 기반한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 가운데 옥석이 가려져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의 기반인 LTE 자체가 우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은 어떤 차별적 가치를 가진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그에 우선하여 LTE 생태계가 조성되기 위한 기본 조건인 우수한 네트워크 구축에 보다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KT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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