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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독일)에서의 무료인터넷전화(mVoIP)는? - 망 중립성 논란을 중심으로

배셰태 2012. 6. 16. 09:10
 

 

 

최근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 무료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를 출시한 계기로 ‘망 중립성’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 KT와 삼성전자간 스마트 TV 분쟁으로 시작된 망 중립성 분쟁이 무료인터넷전화로까지 확대되었네요.

 

 

 

 

독일에서는 2009년 무료인터넷전화와 망 중립성 논쟁이 있었습니다. 독일 대표통신사인 도이치 텔레콤(Deutsh Telekom) 의 이동통신 자회사인 티 모바일(T-Mobile)이 스카이프(Skype)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전면 차단한 계기로 크게 논란이 되었는데요. 거센 반발여론에 밀려 차단 정책은 철회되었지만 전면적으로 허용되지는 않았고 이용자가 일정요금제 이상 혹은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면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는 사용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이후 독일에서의 망 중립성 이슈의 초점은 옮겨져, 회사간의 분쟁이나 회사와 소비자의 분쟁보다 인터넷 검열, 인터넷 표현의 자유와 같은 선상에서 기본권으로서의 망 중립성 보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망 중립성 논쟁을 모두 살펴본다면 너무 길어지겠죠. 따라서 한국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중립성과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 허용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망 중립성이 무엇인지,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 허용과 망 중립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2009년 T-Mobile의 스카이프 차단사건이 갖는 의미와 현재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 요금제, 그리고 독일정부의 기본적 입장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죠.

 

 

망 중립성 (Netzneutralität)이란?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종류, 인터넷 주소, 사업자, 단말기, 제공자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취급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씩 보는 아이콘이 있습니다. 모래시계 아이콘입니다.  웹 페이지가 느리게 뜰 때 마다 화면 위의 작은 모래시계가 차올라 뒤집어졌다 세워졌다 하는 것을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모래시계에서 모든 모래알들은 차별 없이 모래시계의 좁은 목(통로)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인터넷에서 데이터의 전송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데이터의 종류, 내용, 제공하는 회사와 상관없이 모든 데이터는 인터넷 망의 목(통로)을 거쳐 차별 없이 이용자에게 전달되는데 이것이 망 중립성이며 망 중립성에서 말하는 ‘최선의 노력(best-effort)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데이터라면 텍스트, 동영상, 게임과 같은 실시간 콘텐츠 제공 서비스 종류를 불문하고 같은 경로를 통해 이용자에게 전달됩니다.

 

 

 

 

최근 동영상, 게임과 같은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콘텐츠가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 망의 병목현상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터넷 이용자는 모래시계를 더 자주 보게 되어 느려진 인터넷에 대한 불만이 증가했고 통신사(인터넷서비스 업체, (ISP, Internet Service Provider))는 서비스 개선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통신사는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고 늘어난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한 서비스망 확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 찾아왔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데이터 팩키지의 제공자와 서비스 카테고리를 확인할 수 있고 특정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분류해 이를 막거나 다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즉 모래시계의 모래알들을 크기와 종류를 분류한 뒤 선별해서 내려 보내거나, 크기가 다른 목(통로)을 배정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이고, 후자는 서비스 우대(service prioritization) 정책입니다. 여기서 서비스 우대란 특정한 데이터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빠른 데이터 전송 통로를 배정하는 것입니다. 특정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한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이처럼 통신사가 차단과 서비스 우대정책을 채택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 망 중립성입니다.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망 중립성(Net Neutrality)이란 "인터넷 망을 통해 전송되는 모든 전자적 통신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단말기, 제공사업자(콘텐츠/애플리케이션/서비스) 및 최종이용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가 종류와 제공자 등에 의해 분류가 되어 다르게 취급되니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망 중립성 논쟁의 이해 당사자는 통신사(ISP),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업체(ICP), 인터넷 이용자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통신사에는 무선 인터넷 및 이동통신 업체까지 포함됩니다. 독일의 주요 통신사로는 도이치텔레콤(DT, Deutsche Telekom 줄여서 텔레콤(Telekom)이라고도 함)과 그 자회사인 티 온라인(T-Online), 보다폰(Vodafone), 앨리스(Alice), 카벨 도이칠란트(Kabel Deutschland), 오투(O2, Telefonica 자회사) 등이 있습니다. 독일 주요 이동통신 업체는 티 모바일(T-Mobile, Deutsche Telekom 자회사), 이 플러스(E-Plus), 오투(O2), 보다폰(Vodafone), 아인쯔 운트 아인쯔(1&1) 등이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주요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업체로는 구글, 이베이(ebay), 위키페디아, 아마존, 야후, 스카이프(Skype),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슈피겔(spiegel), 웹(web.de) 등이 있습니다.

 

 

2009년 스카이프(Skype) 사건

 

 

(출처: 스카이프 홈페이지)

 

 

2009년 3월말 무선인터넷전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의 아이폰 전용앱이 출시되자마자 독일의 아이폰 독점공급업체였던 티 모바일((T-mobile)은 Skype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면 차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도 AT&T가 스카이프를 3G망에서 사용할 수 없게 제한했고, 영국의 O2도 WiFi 존에서만 스카이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T-Mobile은 한 단계 더 나아가 3G망 뿐 아니라 WiFi 존에서의 사용까지 모두 차단시키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티 모바일은 이동통신업체이며 도이치 텔레콤의 자회사입니다. 도이치 텔레콤은 직역하면 으로, KT처럼 국영통신회사였다가 민영화된 회사입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유럽과 북미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0년 기록상 1억 5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5번째 규모의 거대 이동통신업체입니다. )

 

 

 

 

티 모바일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기술적인 2가지 이유로 스카이프를 차단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스카이프 이용을 허용하면 트래픽을 과부하시키기 때문에 안정적인 통화품질 보장과 인터넷 이용을 위해서 차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스카이프 프로그램이 잘 작동되지 않을 경우 고객들이 통신사에게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2009년 스카이프 사용을 차단하기 전에도 2007년부터 같은 이유로 모든 무선인터넷전화(mVoIP)를 차단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독일 앱스토어에서 가장 다운로드를 많이 받았던 인기 앱인 스카이프를 차단하자 그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이 발표가 있자 스카이프의 총책임자 Robert Miller 씨는 “스카이프의 이름으로 티 모바일 사가 만우절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주된 비판은 통신사가 고객의 선택권을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카이프 사용을 기다려 왔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 일반 사람들까지 망 중립성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티 모바일 고객들은 타 통신사로 이전했으며 일각에서는 불매운동까지 벌어졌습니다.

 

독일의 망중립성 지지 단체들도 즉각 반대성명을 내었습니다. 티 모바일이 주장하는 만큼 스카이프의 트래픽 사용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티 모바일 사가 제시한 기술적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프리 프레스(Free Press)’라는 망 중립성 그룹이 AT&T 의 조치는 미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에게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반하는 지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미연방통신위원회는 프리 프레스의 편을 들어 AT&T 의 조치가 부당하다는데 동의했습니다.  유럽 망중립성 옹호 단체인 ‘보이스 온 더 넷(Voice on the Net, VON)’도 통신사에 의해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며, 유럽국가들은 무선망 고객들이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독일 내에서의 무료인터넷전화 사용 제한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고객들도 떠나갔으며, 국제적으로도 정책을 고수할 명분이 줄어들자 T-Mobile은 2009년 5월 무료인터넷전화 차단정책을 철회하게 됩니다. 티 모바일은 강경하게 고수해오던 무료인터넷전화 차단정책에서 선회하여,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특정요금제 이상을 선택하거나 추가요금을 지불할 경우에는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특정 데이터 서비스 사용에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망 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의견이 지금까지도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2009년 봄 이후 다른 독일 이동통신회사들도 유사한 요금제를 선택하기 시작했고 독일에서 무료인터넷전화와 망 중립성 논란은 이로써 일단락되었습니다.

 

현재 티 모바일은 월정액 49.95유로 이상을 내는 고객들에게 무료인터넷전화(mVoIP)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하 요금제에서는 통신사의 수익 보존을 위해 9.95유로의 추가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티 모바일 미국은 무료인터넷전화에 대한 “이길 수 없으면 같이 하라”라는 또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폰, 안드로이드 폰, 태블릿 PC 어디서도 쓸 수 있는 자체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 ‘봅슬레드(Bobsled)’를 2011년 첫선을 보였고, 2012년 1월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이 발표되었습니다. 티 모바일 미국 측에 따르면 봅슬레드 이용자가 백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독일정부의 입장

독일정부는 망 중립성 보장에서 미국정부와 달리 망 중립성 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보다 시장에 맡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통신사의 트래픽 관리행위는 효율적인 네트워크의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2009년의 티 모바일 사건도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 없이도 티 모바일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침이 효과적이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앞서 밝혔듯이 독일에서 무료인터넷전화 서비스는 2009년 이후로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카카오톡의 무료인터넷전화 ‘보이스 톡’ 서비스 개시로 인한 논란에 대한 작은 참고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는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에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 또는 투자비용의 분담이라는 문제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일에서는 이를 떠나 망 중립성 위반이 기본권에 반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이에 대한 입법과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망 중립성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인터넷 정보 접근권 보장, 인터넷 검열반대, 정보의 계급화 반대와 같은 논리로 보는 것입니다. 최근 독일 정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해적당, 녹색당과 망 중립성 시민단체들도 이런 선상에서 2011년 말부터 활발하게 망 중립성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 베를린 통신원 - 권남희

kwon_namhee@yahoo.com

 

  

 

 

 

 


 

 

 

출처 : 두루누리의 행복한 상상
글쓴이 : 방송통신위원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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