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1)

[시론] 무너지는 자영업

배셰태 2011. 12. 13. 10:10

[시론] 무너지는 자영업

세계일보 칼럼 27면 TOP 2011.12.12 (월)

 

베이비 부머 유입으로 시장 붕괴
일자리 나누고 정년 더 늘려야

 

자영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속적인 경기침체로 극심한 한파를 겪는 상태에서 창업자가 오히려 늘어 대규모 붕괴위험이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이후 사실상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급격한 매출감소로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부도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7만7000명의 자영업자가 시장을 떠났다. 

문제는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불균형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 불임체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자영업의 기반이 와해되고 있음에도 생계형 자영업자 숫자가 증가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베이비 부머의 은퇴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1955∼63년에 출생한 이들은 75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 살길이 막막한 이들이 묻지 마 식의 창업을 서둘러 모든 업종의 자영업이 과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50대 이상의 자영업자가 매달 10만∼20만명씩 늘어 이미 31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경기변동에 극도로 민감한 특성을 갖는다. 대부분 음식과 주류, 도소매, 건설, 개인 서비스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몰려 있고 생존경쟁이 치열해 경기가 조금만 침체해도 큰 타격을 받는다. 내년 우리 경제는 자영업 붕괴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경제불안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데다 가계부채의 누적으로 내수가 위축돼 성장률이 3%대에 머물 전망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는 4% 목표를 지키기 어렵다.

 

이번 자영업의 붕괴는 경제침체 중에 나타나는 경기순환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위기 후에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는 데 심각성이 크다. 특히 베이비 부머 세대의 진입으로 자영업 전체가 유혈경쟁체제가 돼 경기가 침체하면 모두가 함께 쓰러지는 동반붕괴 위험이 크다. 10월 현재 국내 자영업자 수는 573만명으로 총고용의 30%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비율이 15%인 것에 비하면 곱절이다.

 

<중략>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