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비핵화' 사라진 북중 회담... 日 “북핵 묵인”·美 “중국 역할해야” 압박

배셰태 2026. 6. 9. 18:35

'비핵화' 사라진 북중 회담...日 “북핵 묵인”·美 “중국 역할해야” 압박
자유일보 2026.06.09 곽성규 기자
https://www.jay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1489

■ 北·中 정상회담 비핵화 실종에 국제사회 우려

- 日 “북핵 사실상 인정” 우려...美 “공동 목표는 비핵화” 재강조
- 김정은 “중국은 제1 전략사업”...북중 전략동맹 복원 신호탄 분석
- 군사·경제·외교 협력 확대...동북아 안보지형 흔드는 북중 공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7년 만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과 함께 걷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7년 만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사라진 점에 주목했고, 미국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중국과 미국의 공동 목표”라고 재확인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이 전날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며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북한 관영 매체들은 양국 정상이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 수호를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에 만족스러운 견해 일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북중 관계를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사업”이라고 규정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사회주의 국가 간 모범적 관계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시진핑 역시 전통적인 북중 친선을 중시한다며 양국의 공동 이익과 전략적 환경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외교와 법 집행, 군대 분야 교류 확대를 직접 언급하며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협력을 제안했다. 무역과 농업, 과학기술, 보건의료 협력 확대와 국경 통상구 재개방, 국제열차 및 항공노선 정상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비핵화’라는 단어의 실종이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의 회담 결과 발표에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도 한반도 비핵화는 한번도 급되지 않았다. 과거 중국이 공식 외교문서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표현이 빠진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매우 의미심장하게 해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보도에서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외교적 목표인데, 이번 회담 결과는 그러한 목표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는 평가다.

마이니치신문도 북중 정상회담이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중국의 지원이 필요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 중심 질서에 맞서는 과정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이번 방북 배경에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진 영향력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는 동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북중 관계 복원과 영향력 회복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의 반응도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이번 상회담 결과와 관련한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를 재강조한 것은 중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 전문가들 역시 중국의 진짜 목적이 비핵화가 아니라 영향력 유지에 있다고 분석해 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드니 사일러 선임고문은 지난 5일 '미국의소리'(VOA) 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도 김정은이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기울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중국이 북한을 다시 전략적 영향권 안으로 묶어두고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활용하려는 계산이 반영된 회담으로 평가된다. 북한 역시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한 채 중국의 정치·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핵화가 사라진 북중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또 다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북중 양국이 전략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밀착할수록 한반도 안보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일본이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하며 경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