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회담/분석] 이렇게 일방적인데, 호도하는 국내 언론, 왜?
파이낸스투데이 2026.05.20 박대석 칼럼니스트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4532
- 팩트시트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 보잉·농산물·희토류·이란·북한 등 미국의 실익
- 국내 언론이 묻어버린 두 장면
- 이란전 보도에서 이미 드러난 패턴
- 국내 언론, 왜 이렇게 보도하는가?
- 다음 테이블은 북한, 준비가 필요하다
- 편향·왜곡 보도는 분석 실패 아니라 국가 이익의 실패다

중국을 방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백악관 홈페이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두고 국내 주요 언론 상당수는 "갈등 관리", "관계 안정화", "시진핑의 판정승" 같은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 반트럼프 성향의 미국 언론, 그리고 중국 관영매체가 만들어낸 해석 틀을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쓰는 형태였다.
그런데 공개된 백악관 팩트시트를 항목별로 대조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미국은 경제·안보·지정학(이란 등) 전 영역에서 숫자와 조항으로 설명 가능한 구체 실익을 원하는 대로 확보했다. 반면 중국이 손에 쥔 것은 대만 문제가 중요 사안이라는 재각인, 그리고 정상회담 정례화의 외형 정도였다.
분위기와 의전은 공유했지만, 내용의 비대칭은 선명하다. 분위기와 수사(修辭)를 실익보다 앞에 두는 프레임 속에서, 독자는 사실이 아닌 언론의 연출에 눈이 가려졌다.
●백악관 팩트시트가 적시한 합의의 내용

2026.05.17. 미 백악관이 공개한 중국과의 협정체결 Fact Sheet, 홈페이지 상에서 한글로 번역한 전문 캡처 이미지(=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회담 후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항목별로 이름과 숫자가 붙은 구체 합의 목록이었다.
미국이 가져간 것부터 보자.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2026~2028년 매년 미국산 농산물을 최소 170억 달러 이상 구매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회담의 대두 구매 약정과 별도 의무다. 만료됐던 미국산 쇠고기 시설 400여 곳의 수입 허가를 갱신·확대했고, 조류독감 청정 지역 가금류 수입도 재개했다. 희토류와 핵심광물 공급망 우려 해소가 합의에 담겼고, 보잉 항공기 200대 초기 구매도 승인됐다. 미중 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라는 상설 기구 두 곳도 새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안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란 핵무기 불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통행료 부과 금지 원칙을 시진핑이 공동 확인했다.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에서 "핵무기를 갖지 않기를, 해협이 열리기를 원한다는 데 매우 비슷하게 생각한다"고 직접 밝혔다(NPR 확인). 북한 비핵화도 양국 공동 목표로 합의문에 올랐다. 미국 유권자에게 즉각 설명 가능한 항목들이 줄줄이 이름표를 달았다.
중국이 가져간 것은 성격이 다르다. 신화통신과 글로벌타임스는 "미중이 전략적 안정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만 문제에서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임을 각인시켰다는 보도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9월 시진핑의 워싱턴 방문이 확정되면서 정상회담 정례화의 형식도 확보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선언과 외형의 영역이다. 중국이 가장 원했던 것,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개 선언은 얻지 못했다.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가"를 항목으로 발표했고, 중국은 "어떻게 구도를 관리했는가"를 분위기로 홍보했다. 같은 회담을 두고 홍보 방식이 이렇게 갈리는 것 자체가, 내용의 비대칭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 미중 정상회담 득실 비교 (백악관 팩트시트 기준)

대만 문제에서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밀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럴까? 사실 여부를 공개된 발언으로 확인해보자.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시진핑이 대만 방어 여부를 물어왔고 자신은 "나는 그 문제를 말하지 않는다(I don't talk about that)"고 답했다고 밝혔다. "어떤 쪽으로도 약속하지 않았다(I made no commitment either way)"는 말도 덧붙였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회담 직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 한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측이 원했던 것,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공개 선언은 결국 얻지 못했다. 대만 관련해 중국 측 발표가 '경고와 원칙 재확인'에 집중한 반면, 미국 측의 구체 메시지를 전하지 않은 것도 눈에 띈다.
호르무즈 문제도 짚어야 한다. 중국은 유엔에서 미국·바레인 주도의 '이란 규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일부 언론은 "중국이 트럼프의 뒤통수를 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와 주미 중국대사관은 결의안 반대와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었다. 중국이 중동 산유국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45~55%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해협 봉쇄로 당장 경제적 타격을 받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결의안 내용의 편향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해협 개방을 가장 원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트럼프가 귀국 후 기자들에게 "중국은 돕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복수 매체에서 확인된다. 중국의 중재 역할 자체를 거부한 발언이다.
●국내 언론이 묻어버린 두 장면
국내 언론이 의전 행사의 분위기 속에 묻어버린 장면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후속 통화의 순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5일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친 직후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회담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회담 직후 즉시 통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사전 조율을 마쳐두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들에게 "경제와 안보 등 중국을 둘러싼 여러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란 상황에 관한 일본 입장도 직접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의 통화는 5월 17일, 이틀 뒤에야 성사됐다. 한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었고, 통화 목적도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즉각 조율 상대였고, 한국은 이틀 후 요청 설명 대상이었다.
적어도 공개된 외교 동선상, 미국이 일본과는 즉시 조율하고 한국과는 사후 설명을 조율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배경이 너무 두텁다. 쿠팡 데이터 유출 의혹,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드러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둘러싼 이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진전 부재가 겹치면서, 한미 신뢰 관계가 긴장 국면에 있다는 판단이 워싱턴 안팎에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둘째는 에어포스원 탑승 전 물품 보안 처리 장면이다. SNS에는 에어포스원 앞 쓰레기통에 중국 측 선물이 버려진 사진이 확산됐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 이미지를 두고 국내 일부에서 "외교적 모욕" "의전 결례"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짚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전략 경쟁국 방문 시, 현지에서 제공된 물품을 대통령 전용기에 반입하지 않는 것을 관행적 보안 절차로 운용한다. 도청 장치, 위치추적기, 악성코드 삽입 위험 때문이다. 즉 이것은 돌출 행동이 아니라 대중국 방문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방첩 수칙이며, 미국이 중국을 최고 등급의 사이버 위협 국가로 상정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화기애애한 정상회담"이라는 표면 아래, 미국이 중국에 갖고 있는 냉정한 불신을 읽어내야 한다.
▐ 미·중·한국 언론의 미중 정상회담 핵심 프레임 비교

미중 회담 보도의 편향은 이란 전쟁 보도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가 반복된 것이다. 국내 일부 언론과 해설자들은 미국이 이란과 대등하게 싸우거나 오히려 열세에 처했다는 식의 프레임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란 측에서 협상 요구가 나온 것 자체가 군사적 압박의 결과다. 트럼프가 미중 회담에서 이란 핵무기 불가, 호르무즈 재개방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시진핑의 동의까지 받아낸 것은, 이란 문제에서 미국이 외교적·군사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미국이 뒤처진 전쟁"이라는 시각은 전황 분석보다 반(反)트럼프 언론 생태계의 산물에 가깝다. 미중 회담을 "시진핑의 판정승"으로 읽는 것도 같은 패턴이다. 결과가 아닌 인상을 팔고, 실익이 아닌 분위기를 보도한다.
●국내 언론, 왜 이렇게 보도하는가
보도 편향의 원인을 개별 기자의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다. 먼저 현 정권의 외교 기조다. 2026년 1월 방중에서 시진핑의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는 발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기조 아래에서 레거시 언론이 "미국의 일방적 성과"를 선명하게 보도하는 것은 정치적 맥락상 부담을 수반한다. 언론이 정권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때, 불편한 사실은 자연스럽게 주변부로 밀린다.
국내 방송 언론의 인적 구조도 따져볼 문제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언론 관련 3대 악법 논의 자리에서 주요 방송사 보도 조직이 언론 노조의 강한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 바 있다. 보도 프레임은 기자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편집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조직 문화, 취재 관행, 보상 구조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가 보도 패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국제 정보 환경의 문제가 있다. 중국 공산당은 언론·학술·문화 채널을 통해 상대국의 대중 인식을 간접적으로 조율하는 이른바 통일전선공작을 장기간 운용하고 있다. 반트럼프 성향의 유력 외신이 생산한 프레임을 그대로 인용하고, 중국 관영매체의 해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것은 직접 개입 없이도 원하는 방향으로 보도 생태계를 움직이는 경로 중 하나다.
한국 언론이 이 구조를 의식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관성적으로 따라가는 한, 국민은 국제 정세를 실제보다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음 테이블은 북한, 한국의 준비가 필요하다
미중 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로 올라온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트럼프는 귀국 후 시진핑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다. 매우 민감한 논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란 국면이 일단락되면 미국의 외교 에너지가 한반도 현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도다. 2026년 국방전략보고서도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만 방어를 중심으로 국방 구조가 재편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주요 외교 의제로 부상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어떤 협상력과 신뢰 자본을 갖추고 있느냐는 지금부터의 문제다.
이 흐름을 국내 언론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국민도 정부도 대비할 수 없다. 트럼프가 일본과 즉각 소통하고 한국에 이틀 뒤 설명한 그 순서의 의미를, 언론이 짚었어야 했다. "시진핑의 판정승"이라는 인상 속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주요 의제로 올리는 국면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한미일 공조가 왜 필수적인지, 현 정권의 외교 기조가 협상 레버리지를 얼마나 소모시키고 있는지를 국민이 인식하기 어렵다.
언론의 역할은 친중 권력과 중국자본 영향을 받는 광고주 만족, 독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게 하는 것이다. 잘못된 진단이 잘못된 처방을 낳고, 잘못된 처방은 국가의 방향을 비튼다. 왜곡된 보도는 단순한 분석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 이익의 실패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박대석 칼럼니스트
참고자료
· 백악관 팩트시트: "President Donald J. Trump Secures Historic Deals with China" (2026.5.17), whitehouse.gov
· Fox News / NPR: Trump Air Force One remarks on Taiwan, Iran, and Xi (2026.5.15)
· 헤럴드경제: "시진핑 만난 트럼프와 통화한 日다카이치, 무슨 일?" (2026.5.15)
· 서울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통화" (2026.5.18)
· CNBC: "White House touts deals on soybeans and rare earths after Trump-Xi summit" (2026.5.18)
· Heritage Foundation: "The Trump-Xi Summit: Defining Favorable and Unfavorable Outcomes" (2026.5.14)
· RFA 코리아: "미중 정상회담 종료…트럼프 '회담 훌륭했다'" (202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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