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김태연 칼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손자병법 전문가이다

배셰태 2026. 5. 4. 20:21

[김태연 칼럼] 트럼프 대통령은 손자병법 전문가이다
트루스데일리 2026.05.03 김태연 논설위원
https://www.truth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27

- 미국·이란 호르무즈 해협 전쟁에 손자병법 2.0으로

                              김태연 논설위원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현대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지정학적 스위치’와도 같은 공간이다. 미국과 이란이 이 지역을 둘러싸고 충돌할 때 국제유가가 흔들리고, 해상보험료가 급등하며,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긴장 상태에 들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메시지를 보면 전통적인 군사 지도자보다는 오히려 손자병법의 전략가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그의 접근법은 전면전을 통한 단기 승부가 아니라, 상대의 지속 능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압박에 가깝다. 눈에 보이는 폭격 대신 금융·제재·물류·심리전이 결합된 ‘보이지 않는 경제 폭격’을 활용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핵심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현대 국제정치에서 이는 군사력보다 금융력, 전투보다 공급망 통제, 점령보다 규칙 설계의 의미로 재해석된다. 트럼프식 대이란 전략 역시 바로 이 지점에 닿아 있다.

미국은 국제금융통신망(SWIFT) 결제망 차단·원유 수출 제한·보험 및 해운 리스크 확대·해외 자산 동결 같은 수단을 통해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여 왔다. 과거의 전쟁이 미사일과 탱크로 도시를 파괴했다면, 오늘날의 경제전은 금융 네트워크와 에너지 공급망을 타격한다. 전장은 국경선이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 내부로 이동한 셈이다.

특히 이번 미국·이란 갈등은 단순한 양자 충돌로 보기 어렵다. 중국이 이란과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의 연장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안정적 에너지 확보가 국가 전략의 핵심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장기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 에너지 질서를 통제할 필요성이 커진다.

따라서 미국의 목표는 단순히 이란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다. 핵 개발 지속 능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중국과 연결된 전략 축 자체를 흔드는 데 더 가까워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직접적인 전면 충돌보다는 장기적 압박과 관리 가능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손자병법식으로 표현하면, 전투 자체보다 상대가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의미 역시 여기에 있다. 이 지역의 충돌은 국제 유가와 인플레이션·해상 운송비·에너지 안보에 즉각적 충격을 준다. 결국 미국은 단순한 군사 우위보다 글로벌 경제 질서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동시에 말라카 해협이나 북극항로 같은 대체 운송로 확보 움직임도 이런 전략적 계산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경제제재가 항상 승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재는 상대국의 자립 경제를 강화시키고, 우회 결제망과 새로운 경제 블록 형성을 촉진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장기 제재를 받았던 국가들이 일정 부분 자체 생존 구조를 구축한 사례도 존재한다. 지나친 제재는 글로벌 경제 분절화와 달러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전략은 분명하다. 지금 물러서면 중국의 장기적 상승 흐름을 꺾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향후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 2.0 시대의 전쟁은 더 이상 전차와 전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금융·공급망·에너지·해상 통로·심리전·외교 네트워크가 모두 하나의 전장이 된다. 승패의 기준도 단순한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상대의 선택지를 얼마나 축소시키고, 동시에 글로벌 시스템 붕괴를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오늘의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양 분쟁 지역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국제정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실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대이란 전략은 바로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손자병법식 경제전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