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한국, 혼자선 중국 감당 못해… 한미일 ‘경제 집단방어 협약’ 만들어야”

배셰태 2026. 5. 4. 19:49

“한국, 혼자선 중국 감당 못해…한미일 ‘경제 집단방어 협약’ 만들어야”
에포크타임스 2026.05.04 홍기훈
https://www.epochtimes.kr/2026/05/748128.html

-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포린어페어 기고 “한미 핵잠수함 합의로 中 보복 불가피… G7 연대만이 해법”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 최종현학술원 제공

조지타운대 석좌교수이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부문 소장인 빅터 차(Victor Cha)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 ‘South Korea Can Stand Up to China(한국은 중국에 맞설 수 있다)’가 주목받고 있다. 빅터 차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로, 이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중 유화 행보와 한미 핵잠수함 합의의 충돌, 그리고 중국의 경제 보복에 맞서기 위한 집단 억제 구조의 필요성을 상세히 논했다.

●셀카와 핵잠수함 사이… 한국의 줄타기

빅터 차는 기고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중 외교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서술한다. 올해 1월 중국 국빈 방문에서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셀카를 찍고, 한중 관계 ‘업그레이드’를 선언하며 무역·기후·교통 등 십수 개의 협정에 서명했다. 그 직전인 지난해 11월 서울 APEC에서는 시진핑의 수년 만의 국빈 방문을 의장대와 환영 만찬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빅터 차는 이런 밀월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대통령이 시진핑을 환대한 지 불과 2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기업 한화오션·HD현대가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합의를 발표했다. 이어 한미 핵잠수함 협력 합의까지 이어졌다.

빅터 차는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북한 잠수함 추적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 군사작전을 지원할 능력도 갖게 된다”며 이것이 베이징을 격분시킬 현실임을 지적한다. 시진핑은 이미 이 대통령에게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하라고 경고했다. 빅터 차는 이를 “노골적인 위협”으로 해석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 전례가 있다

빅터 차는 한국이 중국의 경제 강압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과거 사례로 증명한다. 2016~2017년 사드 배치 때 중국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화장품·관광 산업에 대규모 제재를 가했다. 롯데는 중국 내 112개 슈퍼마켓을 결국 철수했고, 한국 경제가 입은 손실은 150억 달러 이상이었다. 2021년에는 요소수 수출을 갑자기 중단해 한국 물류 전체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수개월 만에 재개했지만 이후로도 반복적으로 수출을 제한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5년 8월에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해 주가를 떨어뜨리고 한국 조선업계를 흔들었다. 빅터 차는 “핵잠수함 합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이보다 훨씬 공격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중국산 희토류 제한, 중국인 관광객 중단, 수출 허가 지연 같은 ‘조용한 보복’을 통해 한국에 충분한 경제적 고통을 주면서도 겉으로는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드 보복 이후 한국이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을 스스로 자제했고,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한 비판도 삼갔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경제 보복이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제약해 왔음을 지적한다.

●중국이 한국에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이 48개

그러나 빅터 차 기고문의 핵심은 한국이 생각보다 훨씬 강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며 역발상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개별 국가로는 중국에 맞설 정치적·경제적 힘이 없다. 하지만 집합적으로는 충분한 레버리지가 있다.”

그가 제시하는 수치는 구체적이다. 중국은 수입량의 70% 이상을 한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48개, 금액으로는 85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 대표적인 것이 OLED 패널 디스플레이다. 중국 스마트폰·스마트워치·태블릿·자동차 대시보드에 필수적인 이 부품을 중국은 2024년 한국에서 21억 1000만 달러어치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량의 94%에 해당한다. 한국산 선박용 해양추진엔진도 중국 수입의 70%를 차지한다.

더 넓게 보면, G7 국가에 한국과 호주를 더한 그룹에 대해 중국이 70% 이상 의존하는 품목은 595개, 금액으로 370억 달러다. 90% 이상 의존하는 품목만도 248개, 175억 달러에 달한다. 리튬 배터리·태양광 패널·석유화학·철강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이 여기 포함된다.

●“경제판 NATO 5조를 만들어라”

이를 근거로 빅터 차는 ‘집단 경제 억제 협약(collective economic deterrence pact)’을 제안한다. 핵심은 NATO 5조처럼 “한 나라에 대한 경제적 강압은 모두에 대한 강압으로 간주하고 자동 보복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게 아무 비용을 치르지 않고 위협과 압박을 반복하는 것은, 어떤 개별 표적도 감히 보복하지 못한다는 계산이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빅터 차는 진단한다.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베이징의 셈법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선례도 있다. EU는 2023년 12월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해 ‘반강압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을 도입했고, 이후 EU 회원국을 향한 중국의 유사한 강압 행위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빅터 차는 지적한다.

빅터 차는 미국이 2027년 G7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이 협약을 주도해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방문 시 시진핑에게 직접 경제 강압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또 한미일 3국이 상무·정보기관을 조율해 중국의 무역 의존 품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어디서 반격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지 공동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이 먼저 흔드는 서해, 그리고 신뢰 잃은 파트너

빅터 차는 한국이 중국을 전략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중국이 한반도 안정의 보증인 역할을 했다는 기존 인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UN 안보리의 비확산·인권 제재를 지키지 않고, 북한의 러시아 전쟁 협력도 방치했다. 시진핑·푸틴·김정은이 2025년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주석단에 나란히 선 장면이 중국의 진짜 충성 대상을 말해준다.”

경제적 보완 관계도 이미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 1990년대 한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완제품으로 조립하던 구조는 사라졌다. 중국은 이제 같은 중간재를 직접 생산하며 한국과 경쟁한다. 타이어·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은 가격 덤핑으로 한국 기업을 밀어내고 있고, 산업 스파이 사건도 늘고 있다.

서해에서의 중국 군사 행보도 주목한다. 중국은 한중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잠정조치수역에 일방적으로 관측 플랫폼·양식장을 건설하고 부표를 설치했다. 한국 선박이 이를 감시하려 하면 중국 해경이 막아섰는데, 2020년 이후 27차례에 달한다.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진핑은 양보하지 않았다.

●한국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빅터 차는 마지막으로 경고의 톤을 높인다. “중국은 반드시 반응할 것이고, 그때 베이징은 삼각 동맹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라고 판단하는 한국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APEC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의 안보 중요성을 언급하자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고 일본 해산물 수입을 금지했을 때 트럼프도 이재명도 침묵했다는 사실을 빅터 차는 문제로 지적한다.

한국은 중국과 연간 30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을 하고 있어 단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강압 앞에 영원히 굴복하면 외교 주권을 사실상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빅터 차의 결론은 명확하다. “경제 강압의 과거 표적과 미래 표적 모두, 특히 한국·미국·일본이 함께 행동할 의지를 가질 때만, 지금까지 제지 없이 반복되어 온 중국의 압박 캠페인을 끝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