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보 큐레이션/국내외 사회변동外(2)

미국·이란 중재, 왜 걸프 국가 아닌 파키스탄이 맡았나

배셰태 2026. 3. 29. 17:00

미국·이란 중재, 왜 걸프 국가 아닌 파키스탄이 맡았나
에포크타임스 2026.03.29 남창희
https://www.epochtimes.kr/2026/03/744370.html

- 아시아 국가 파키스탄, 중동 분쟁서 ‘의외의 중재자’ 부상
- 이란과 접경, 미국과는 협력 관계…외교적 여건 충족
- 대내적으론 유가 상승 압박, 이슬람 종파 분쟁 우려 대응

28일(현지시각)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이슬람 순례자들이 16세기 신비주의 종파였던 수피즘 시인 샤 후세인(Shah Hussain)의 묘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다. |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쟁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현지 언론에 미국과 이란이 그동안 제3자를 통해 간접 접촉을 이어왔다며, 조만간 직접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회담 장소로는 파키스탄이 거론됐다.

파키스탄이 주도하는 걸프 지역 및 이슬람 국가 간 4자 회담 개최 소식도 전해졌다. 28일 AFP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튀르키예, 파키스탄 외무장관이 참여하는 4개국 회담이 29~30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쟁 종식을 원하는 파키스탄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앞서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 양측과 수 주일간 비공식 외교 접촉을 이어왔다며, 이번 분쟁의 중재자로 나설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를 두고 파키스탄의 외교적 환경과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안보 충격 등 안팎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27일, 파키스탄이 미국이 제시한 협상안을 이란 측에 전달하고, 이란의 대응을 다시 미국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접촉을 부인하면서도 자체 제안을 전달했다고 인정한 상태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 역시 미국·이란 사이에서 중재가 진행 중이라며, 튀르키예와 이집트도 물밑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유보하고, 이란 역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흐름이 주변국의 외교적 노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동안 미국과 이란 간 분쟁 중재는 오만,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이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란의 걸프 국가 공격으로 기존 중재국들까지 이해관계 당사자로 휘말리면서, 그 공백을 파키스탄이 메우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이슬람 국가, 수니파·시아파 갈등 조기 봉합 필요성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이자, 미국과도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양측과 모두 소통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과의 외교·경제 관계가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중재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파키스탄이 중재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자국의 경제·사회적 부담도 자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상승이 곧바로 경제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연료 가격이 약 20% 인상되며 정부 재정에 압박이 커지고 있다. 또 걸프 지역에 거주하는 약 500만 명의 파키스탄 노동자가 보내오는 송금은 국가 외화 수입의 핵심 축이다. 전쟁이 확대될 경우 송금 감소와 노동자 안전 문제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

국내 정치·사회 불안도 변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반미 시위가 확산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혈 충돌까지 발생했다. 남부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는 시위대가 미 영사관을 공격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역시 파키스탄 내 시아파 공동체의 반발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수니파가 다수를 이루지만, 종파적 갈등 관계에 있는 시아파도 인구의 15~20%를 차지한다.

이들에게 하메네이는 단순한 외국 지도자가 아니라, 시아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소수 종파인 시아파는 수니파의 박해 기억을 계승하고 있어, 하메네이 사망은 그동안 축적된 불만에 불을 댕길 가능성이 있다. 파키스탄 정부로서는 갈등 확산을 차단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의 이번 중재 시도가 양측 간 협상을 주도하는 전통적 의미라기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공식 외교 채널’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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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vyQy4onjj-w?si=4wvqHooSI8UlMYKc